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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02년 가을 강원 화천군의 7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 공무원과 지역주민 20여명이 하나둘 모였다. 지역살림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시작 후 단기간 내 지역경제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다며 각 지방마다 각종 축제 붐이 일던 때였다. 더욱이 화천은 강원도 최북단 오지, 지역 90%가 산악과 호수로 이뤄진 ‘청정’ 지역인 만큼 군을 제대로 알리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차별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축제 찾기를 강구해야만 했다.
“바로 이거다.” 관계자들이 무릎을 쳤다. 화천이 가혹하리만치 춥고, 전국서 가장 먼저 또 가장 두껍고 단단한 얼음이 언다는 데 주목한 것. 민물고기 중 가장 깨끗한 물에 산다는 ‘산천어’는 화천의 청정 이미지와도 어울리는 소재였다. 그렇게 2003년 1월에 첫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렸다. 노력은 결국 성공을 불렀다. 애초 축제기간 총 예상방문객 수 2만명은 첫 주말에 거뜬히 넘어섰다. 제1회 화천산천어축제는 22만명의 방문객과 24억원이란 지역경제효과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초반 방문객 수는 매해 약 2배씩 늘어 2006년 처음 100만명을 돌파, 현재 154만명이 찾는 국내 유일의 흑자(2014년 기준 3억원 이상 쓴 361개 축제 중)를 내는 대표축제가 됐다.
축제전문가들은 축제의 성공요건으로 △지역 특성과 정체성을 살린 브랜드 작업 △‘보는 관광’에서 ‘하는 관광’ △지역경제 활성화 이바지 △방문객 유입 △주민의 자발적 참여 등을 5대 열쇳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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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산천어축제 파헤쳐보니…
여행웹진 리에또의 전계욱 대표는 “인구 2만 3000여명이 모여 살던 작은 산골 화천이 대한민국 대표 축제를 만들어낸 데는 지역 환경과 문화의 결합이 축제의 지향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지역과 특산물을 알리고 도시브랜드를 구축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특히 겨울방학 가족들이 할 만한 놀이문화가 적었는데 이를 잘 공략했다”며 “스키·썰매·인제빙어축제 정도에 불과했던 한국 겨울철 놀이문화를 바꿔놓은 점이 히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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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빈 재단법인 나라 팀장은 “낚시뿐 아니라 가족·연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만 70개에 달한다. 이 모두를 비교적 값싸게 누릴 수 있다”며 “4인가족이 스키장 3번을 다녀오고도 남을 만한 비용”이라고 귀띔했다.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위해 축제 최초로 축제화폐(농촌상품권 시초)를 선보인 것도 화천이었다. 축제화폐란 축제기간 지역 특산물이나 식당에서 화폐처럼 쓸 수 있게 고안한 일종의 상품권. 체험료 일부를 축제화폐로 되돌려줘 관광객은 개인 부담을 줄이고, 지역주민은 즉시 경제적 체감효과를 누릴 수 있게 했다. 특히 방문객 소리에 귀 기울인 점이 회전문 관광객을 크게 늘린 이유라고 했다. 그는 “다른 축제사이트는 축제 전후 외에는 죽어있는데 화천은 365일 운영한다. 불편했던 점 등을 게시판에 올리면 바로 고칠 수 있는 건 바로 고치고 나머지는 다음번 축제에 적용한다”며 “낚시터 내 금연의견을 수렴해 2010년부터 별도의 흡연실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잘된 축제 사례 또 뭐 있나
‘횡성한우축제’는 지역특산물을 지역브랜드로 만들어낸 성공축제로 꼽힌다. 전 대표는 “원래 횡성은 한우로 유명한 지역이 아니었다. 축제를 통한 민관의 자치적 노력이 최고의 브랜드를 얻은 격”이라고 평했다. ‘함평나비축제’도 낙후한 지역에 나비를 브랜드화해 생태전원도시 ‘청정 이미지’를 알린 성공한 축제 중 하나다. 나비가 어른과 아이 불문하고 독특한 모양과 빛깔 등으로 친근해하고 좋아하는 곤충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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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남강유등축제·보령머드축제는 해외 관광객몰이를 한 대표축제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등축제는 야간축제의 밤문화를 선도, 해외서도 볼 수 없는 특수성으로 이름을 알렸다. 머드축제는 ‘구경’만 하다 끝나는 관광이 아닌 여름과 머드의 교집합을 이끌어낸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 대표는 “요즘 축제가 정부예산을 낭비하는 대표선수로 낙인 찍혔는데 사실 대부분 축제예산은 3억~5억원 수준에 그친다. 특히 지역축제는 비용 대비 관광자원을 알리는 가성비 효과가 크다”면서 “치적쌓기용 국적 없는 관광상품 대신 지역의 정체성과 고민을 담은 상품 개발과 지역민·관광객이 행사의 주체가 되는 체험형 축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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