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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안전]전자·반도체 업계 연간 10여명 숨져…“대기업이 안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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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기자I 2017.11.23 06:00:00

화학물질 사용·유독가스 누출 위험 곳곳에
최근 재해자 줄지만 사망자는 줄지 않아
공생협력 프로그램 참여 기업 재해율 감소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협력업체 안전보건 지원
“재해 중소업체서 발생…원청이 안전문화 조성 힘써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안전보건강사 양성 등 15개 과정을 교육하고 있으며 방재 및 화재대피, 응급처치 등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데일리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상생안전 캠페인’을 통해 안전관리분야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해당사례들을 대중에 알려 범국민적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연중기획을 게재합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매년 늘고 있는 원청 회사와 하청 업체의 근로 환경 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상생안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2015년 11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황산이 누출돼 직원 한 명이 손과 얼굴, 목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배관 교체를 준비하던 협력업체 직원 A씨가 넘어지면서 배관과 밸브를 건드렸고, 이 과정에서 200cc 가량의 황산이 누출됐다.

올해 7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한 반도체 제조업체에서는 질식사고가 발생해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한명이 숨졌다. 이 업체는 원청업체가 아닌 사내하청업체였다.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이하 전자제품제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제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아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전자제품제조업의 재해 발생비율은 전산업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유해물질 누출, 협착(끼임)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화학물질을 자주 사용하고, 유독가스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4명 사망…올해도 9명 숨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자제품제조업계에서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3년 12명에서 2014년 15명, 2015년 9명, 2016년 14명이다. 올해 6월까지는 총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해자수는 줄고 있지만 사망자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자제품제조업계 재해자수는 2013년 734명, 2014년 648명, 2015년 547명, 2016년 463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까지는 226명이 재해를 입었다.

전자제품제조업의 산업사고 발생비율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자제품제조업의 재해율은 0.04%로 전산업 평균(0.24%) 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 평균(0.30%) 보다 낮다. 재해율이란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을 말한다.

전자제품제조업의 사고사망만인율(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은 0.16퍼미리어드로 전산업 평균(0.54퍼미리어드)보다는 낮지만 최근 4년 간 한해 평균 13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있다.

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는 “전자제품제조업은 첨단기술 산업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최근 몇 년간에도 발생했다”면서 “특히 수도권에는 반도체 산업 공장이 많이 분포돼 있어 사업적 특성으로 인해 대형사고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만큼 공장장 등 경영자가 안전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015년과 올해 7월 발생한 사고처럼 재해 근로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원청업체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안전보건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자제품제조계에 종사자수(이하 원·하청 포함)는 총 57만 4147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원청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중량물 운반 안전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바한 (사진=삼성디스플레이)
◇공생협력 프로그램 참여하니 재해율 낮아져

정부와 업계는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청(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업체의 안전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공단이 2012년부터 운영하는 원·하청 상생협력(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업체의 재해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5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의 재해율은 2년 전(2015년) 0.37%에서 올해 현재(11월 기준) 0.30%로 감소했다. 사고사망만인율도 같은 기간 동안 0.95퍼미리어드에서 0.71퍼미리어드로 낮아졌다. 또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의 재해율도 작년 0.18%에서 올해 0.16%로 줄어들었다. 사고사망만인율(0.27→0.23퍼미리어드)도 감소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올 연말까지 100인 이상 모기업 및 사내외 협력업체 600곳을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에는 800여개 업체가 신규로 참여했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22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에서 지청 및 안전보건공단 관계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안전보건책임자(임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전자·반도체 리더스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상생안전 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삼정전자는 협력사에 안전보건공단이 인증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1)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의 환경안전 역량 향상을 위해 2만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강사 양성 등 15개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또 방재 및 화재대피, 응급처치 등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협력사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결하는 공생협의체를 운영 중이며, 본사와 협력사가 작업장 불안전 요소를 발굴해 제거하는 합동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상·하반기에 사내·외 협력사의 안전진단지원을 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에 중량물 운반 안전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정성균 경기지청장은 “사고의 대부분은 안전보건관리가 취약한 협력업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의 안전보건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안전문화 조성에 힘써 달라”며 “안전보건은 근로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안전보건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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