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투자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퓨처플레이의 최재웅 최고투자책임자(CIO)의 포부다. 애초 예비 창업부터 사업 초기 단계까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해왔으나 최근 벤처캐피털(VC)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큼, 이제부터는 후속 투자에 나서며 성장 단계에 놓인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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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플레이는 지난 2013년 출범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로, 현재까지 22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액셀러레이팅해왔다. 주요 포트폴리오사로는 ▲휴이노 ▲에스오에스랩 ▲서울로보틱스 ▲뷰노 ▲핀다 등이 꼽힌다.
퓨처플레이는 그간 특정 기술 분야에 최초로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IP와 특허, PR, 마케팅, HR, 디자인 등 전문 영역을 집중 지원해왔다. 이 밖에 각 산업 분야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인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기업과의 협업 및 네트워킹 접점도 만들어왔다.
그러다 더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AC 업계 최초로 VC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퓨처플레이는 창업투자회사 겸영 창업기획자로서의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퓨처플레이가 VC 라이선스를 획득한 이유는 명확하다. AC 본연의 역할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함은 물론이고, 성장 단계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규모 있는 국내 VC들이 초기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가운데 이미 초기 스타트업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온 만큼, 성공적인 투자처 발굴부터 성장 지원까지 폭넓게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최재웅 CIO는 “AC 라이선스는 규제로 인해 어떤 펀드를 만들건 재원의 40%는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며 “펀드 규모가 커졌음에도 초기 기업에만 지원을 많이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에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후속 투자에 힘을 싣기 위해 VC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후속 투자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퓨처플레이는 최근 자사 포트폴리오사들이 대기업 출자자(LP)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비공개 데모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반기에 한 번씩 후속투자를 앞둔 10개팀을 투자사에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 밖에도 수백억원대의 펀드 결성에 집중하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앞서 연초(퓨처플레이 파이오니어 펀드 제1호·124억원)와 중순(유니콘 펀드 2호·157억원)에 걸쳐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연내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 후속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 딥테크 이어 제약·바이오로 확장
최재웅 CIO는 인터뷰 내내 ‘투자사로서의 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리즈A나 B 단계에서 회수하는 여타 투자사들과 달리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이 상장하는 순간까지 후속 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투자를 결정할 때는 신중하다. 최 CIO는 “혹한기일수록 매출을 더 보게 된다”며 “설령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이 회사가 향후 2~3년 내 자생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통상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화에 나서는데, 이때 특정 기업이 가진 기술이 2~3년 내 제품화가 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런 퓨처플레이가 최근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어디일까. 최재웅 CIO는 딥테크에 이어 다음 공략처로 제약·바이오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퓨처플레이는 그간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는 종종 투자해왔으나 신약을 비롯한 전통 바이오 분야에선 투자자로서 모습을 드러낸 바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최 CIO는 “바이오 투자에 있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몇 년간 바이오 분야에 침체기가 닥치면서 옥석이 어느 정도 가려졌다. 특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내는 스타트업이 포착되고 있어 이 부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플레이 설립부터 올해까지인 지난 10년은 딥테크 투자사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한 시기였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의 초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시기인 셈이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최 CIO는 “내부적으로 회사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했을 때 기존에 하던 것만큼 잘할 수 있는지, 관련 시장이 그만큼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며 “(제약·바이오 외에도) 어떤 분야를 골라 안 하던 것을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10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