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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 최대의 호텔 체인 ‘아파(APA) 호텔’은 핵심 불매 대상 목록에 오르며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변국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후원하는 극우기업 중 하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논란의 중심에는 모토야 도시오 아파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아파호텔의 월간지 ‘애플타운’을 통해 ‘위안부는 자발적인 활동이며, 중국의 난징대학살은 허구’라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2019년에 아파호텔은 객실과 로비 등에 모토야 회장이 직접 저술한 극우서적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등을 비치했는데 책에는 일본군의 전쟁 만행을 부정하는 왜곡된 주장으로 가득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파호텔을 ‘아무리 싸도 절대 가면 안 되는 호텔’로 지목했다. 국내 일부 여행기업은 판매를 중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제일 먼저 앞장섰던 한 업체는 ‘개념 있는 기업’이라는 응원과 언론 보도로 이미지 개선의 효과도 누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일본은 엔데믹과 엔저 효과로 인기 해외 목적지로 부활했다. 지난 7월까지 일본을 찾은 누적 한국인 관광객은 520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인구 대국 중국(384만5000명)마저 한참 넘어선 수치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숨죽였던 아파호텔도 슬그머니 국내 여행업계에 다시 등장했다. 일본과 해외에 847개 호텔과 12만 39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아파호텔은 전체 이용객 중 외국인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만큼 한국인 투숙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기란 어렵다.
문제는 당시 불매운동으로 인지도 제고와 이용객 증대라는 이득을 누린 기업이 아파호텔 판매에 다시 나섰다는 것이다. 재판매 전, 격려하며 이용해 준 여행객들에게 납득할 만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모토야 회장의 극우적 성향이 변하거나 진정한 반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어물쩍 아파호텔 판매를 재개한 것은 당시 지지해 준 고객을 기만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단물만 먹고 돌아섰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불매운동으로 이익을 본 뒤 이제 와서 ‘남들이 파니까 나도 판다’는 식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한 마디 설명 없이 완전히 달라지는 기업을 고객이 믿을 수 있을까. 이슈에 따라 매번 태도를 바꾸는 것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려는 기업이 취할 행동인지,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