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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종교도 재미있는 예술 소재 될 수 있어"

윤종성 기자I 2021.09.29 05:20:01

불교와 국악의 결합..'리파카 무량' 연출
내달 9일 쇼케이스 선봬..김소향 등 참여
"불교 집안 출신..종교적으로 열려 있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저는 피도 섞여 있고, 나라도 섞여 있잖아요. 다양한 소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종교도) 재미있는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1세대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28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2021오대산문화축전’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리파카 무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교 뮤지컬 ‘리파카 무량’의 연출을 맡은 박칼린은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2021 오대산문화축전’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종교를 (소재로) 배제해선 안 되며, 앞서 기독교 가스펠 작품도 연출한 적이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칼린은 오늘날 한국 뮤지컬 부흥을 일궈낸 1세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불린다. 그는 다음달 8~10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리는 ‘2021 오대산문화축전’ 기간에 ‘리파카 무량’의 쇼케이스를 연다. 2023년 완성이 목표인 ‘리파카 무량’의 주요 장면을 처음 시연하는 자리로, ‘무량’ 역에 신성수, ‘혜류여왕’ 역에 김소향, ‘백산’ 역에 황성현이 참여한다.

‘리파카 무량’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8호 월정사 탑돌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2004년부터 준비해 왔다. 탑돌이는 불교의식에서 유래된 일종의 민속놀이로, 스님과 불자들이 탑을 돌며 개인과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것이다. 탑돌이는 여러 사찰에서 행해져 왔으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월정사 탑돌이가 유일하다.

제목에서 ‘리파카’(Lepaka)는 ‘석공’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다. 젊은 석공 ‘무량’이 험난한 수행 끝에 최고의 석공 장인이 되기까지의 여정,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혜류여왕’이 반대파로부터 왕권을 지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사리탑을 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2021 오대산문화축전’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재 BBS불교방송 사장,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 박칼린 연출(사진=연합뉴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의외로 어릴 적부터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절(금정산 금어암)을 운영하던 불교 집안”이라며 “주말마다 금정산 금어암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저는 종교적으로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월정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정념스님이) 탑돌이에 대해 마음을 갖고 계셨다”면서 “마침 1998년에 써 놓은 ‘탑’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주제가 ‘탑’이면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뮤지컬 어법 하에 불교와 국악을 결합하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란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18번째를 맞는 오대산문화축전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첫날인 8일에는 김덕수 사물놀이, 엠비크루 비보잉이 개막공연을 연다. 이어 정념스님, 최문순 강원도지사, 한왕기 평창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녹색미래 좌담회‘를 개최한다.

9일에는 ’리파카 무량‘ 쇼케이스와 함께 한강시원지 문화제, 제18회 탄허대종사 휘호대회, 전국학생 백일장 등이 열린다.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세계적인 영적 스승 달라이라마와 오대산 명상지도자가 대담하는 국제명상세미나가 개최된다. 정념스님은 “코로나19로 절망이 차츰차츰 다가오고 있는 시기, 1400년의 문화역사가 녹아있는 월정사에서 치유와 휴식을 선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문화축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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