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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바다로 가자~' 흥얼거리다 어느새 '강릉'

강경록 기자I 2017.12.08 00:00:01

개통전 경강선타고 떠난 강원도 강릉여행
겨울바다 낭만 가득한 ''바다열차''
2300만년전 한반도 비밀 간직한 ''바다부채길''

서울역에서 경강선 고속철도(KTX)로 2시간 만에 강릉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정동진으로 이동, 바다열차를 타고 정면으로 가득 펼쳐진 동해를 통창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릉=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소위 어르신의 말처럼, 세상 참 좋아졌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보고, 사진도 찍는다. 또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 사이 세상도 많이 가까워졌다. 물리적인 거리가 짧아진 게 아니다. 시간의 간극이 줄어서다. 이제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속도가 빨라지며 그만큼 가까워진 게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는 22일 개통하는 경강선 덕분이다. 개통에 앞서 경강선을 미리 타봤다. 동해바다를 따라 바다열차도 타고, 해안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건강한 음식까지 맛보았다. 하루 안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이 좋아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오는 22일 개통하는 경강선 고속철도.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불과 1시간 54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다 ‘바다열차’

겨울 강릉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바다열차를 타야 한다. 바다열차는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묵호역~동해역~추암역~삼척해변역을 지나 삼척역에 도착한다. 거리만 해도 56㎞.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 기차여행 중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해변을 거닐다 되돌아오는 열차를 탈 수 있다.

열차는 총 4량이다. 1,2호 칸은 30석과 36석의 특실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6석의 프러포즈실로 구성했다. 3호칸은 24석의 가족석과 24석의 이벤트실, 나무로 고급스럽게 꾸민 스낵바, 바다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포토존 등이 있다. 스낵바에서는 열차 내 먹을거리와 지역 특산품까지 즐길 수 있다. 4호칸은 단체여행에 안성맞춤인 42석이 일반석으로 꾸며졌다. 인테리어 역시 화려하다. 잠수함과 역동적인 돌고래를 표현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요트와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 꾸민 내부 모습은 바다여행의 멋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열차 내 즐길 거리 역시 다채롭다. 와인, 초콜릿, 포토서비스가 함께하는 프로포즈실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연을 받아 기념품과 함께 우편물을 발송해주는 서비스는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준다. 승무원들이 DJ로 변신해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이중 백미는 통창을 마주 보고 가득 펼쳐지는 동해를 정면으로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경강선 고속철도(KTX)로 2시간 만에 강릉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정동진으로 이동, 바다열차를 타고 정면으로 가득 펼쳐진 동해를 통창으로 바라보고 있다.
첫 정차한 역은 해돋이로 유명한 ‘정동진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이 역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졌다. ‘모래시계 소나무’로 이름을 바꾼 ‘고현정 소나무’와 정동진 시비, 정동진 표지석 등이 아담한 역사 분위기와 어우러져 드라마의 감동을 재현한다.

다시 열차는 ‘망상역’을 향해 기적을 울린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바다열차에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문자 메시지로 승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한 DJ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옛날 음악다방 분위기를 만든다.

그 사이 열차는 명사십리로 유명한 망상해수욕장을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울창한 송림이 휙휙 지나가더니 망상해수욕장의 캐빈하우스와 캠핑카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그린다.

정동진에서 바라본 모습 크루즈카페


다음은 추억의 간이역인 ‘추암역’이다. 역사 대신 승강장과 선로 하나가 단출한 간이역에 내리면 울긋불긋한 원색의 지붕이 인상적인 바닷가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오리와 오징어를 말리는 골목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면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했던 촛대바위가 아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암역에서 터널 하나를 지나면 붉은 카펫을 연상시키는 승강장이 이채로운 ‘삼척해변역’이다. 간이역인 이 역의 이름은 본래 후진역이었으나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 삼척해변역으로 바뀌었다. 삼척해변역에서 바다와 이별한 열차는 오십천철교를 건너 종착역인 삼척역 플랫폼에서 거친 호흡을 고른다.

2300만년 전 한반도 비밀을 간직한 바다부채길


◇ 2300만년 전 한반도 비밀 간직한 ‘바다부채길’

겨울 바다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정동진 인근 ‘바다부채길’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길은 해안경비 순찰로로 이용하던 절벽에 목재와 철재 데크를 설치해 지난해 처음 민간에 개방한 바닷길이다. 바다를 향해 펼쳐진 해안선 지형이 부채 모양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원래 이곳은 민간인 통제 구역이었다. 군부대의 경계 문제와 정찰용으로만 활용해서다. 그러다 강릉시와 국방부, 문화재청 등의 2년여에 걸친 협의 끝에 가까스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들머리는 심곡항,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 등 두 곳이다. 만약 편도로 돌아볼 경우는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는 게 좋다. 출발 장소로 돌아올 요량이라면 심곡항이 낫다.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형태의 기암들이 심곡항 일대에 더 많아서다. 부채길이 걷기 좋은 것은 경사가 심한 구간이 별로 없어서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고 부채길 걷기에 나선다.

좁고 깊은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티끌 하나 없는 푸른 수평선이 펼쳐진다. 꿈틀대는 바다와 시원한 파도소리가 눈과 귀를 씻어준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상쾌한 바다 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열차 안에서 바라본 것과는 전혀 다른, 살아 움직이는 바다다.

2300만년 전 한반도의 비밀을 간직한 바다부채길
길은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탐방로 초입은 해안 절벽에 가깝지만, 본격적인 코스에 진입하면 발 아래로 파도가 넘실댄다. 큰 파도가 날카로운 바위에 부서질 때면 솟구치는 포말 입자가 얼굴에 닿을 정도다. 탐방로에 발을 붙이고도 바다 위를 걷는 듯 아찔한 전율이 느껴진다.

이 길의 핵심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는 것이다. 해안가 바위들은 2300만년 전 일어났던 한반도 지반 융기의 비밀을 곳곳에 새겨놓고 있다. 이를 통칭해 정동진 해안단구(海岸段丘)라 부른다. 해안단구는 계단 형태의 평탄 지형을 말한다. 오랜 세월 침식 또는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파식대가 지반 융기나 해수면 하강으로 육지화 하면서 만들어졌다. 동해 어달동, 부산 태종대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해안단구가 있지만 정동진 해안단구 길이가 압도적이다. 2004년 천연기념물(제437호)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 절경은 투구바위 부근이다. 장군의 투구를 떠올리는 암석 주변으로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바위가 조각공원처럼 펼쳐져 있다. 투구바위엔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발가락이 여섯개인 호랑이를 백두산으로 쫓아냈다는 전설도 깃들었다. 사실 이 길의 진면목은 바다가 미친 듯이 울부짖을 때 드러난다. 집채만 한 파도가 기암괴석에 부딪쳐 포말로 날리는 모습이 정말 멋들어진다. 문제는 그런 날에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투구바위를 지나면 부채바위가 나온다. 좌초하는 배를 보는 듯 한 모습이다. 동해 바다로 길게 돌출되어 마치 옥빛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 듯 한 풍경이다. 부채바위 전망대에 오르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의 좌우를 모두 볼 수 있다. 여기에 시원하고 탁 트인 동해바다와 웅장한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부채길전망대1
◇여행메모

△가는길= 경강선 KTX가 오는 22일 정식 개통한다. 서울~강릉 간 열차는 편도 기준 주중 18회, 주말 26회 편성했다. 서울역 출발은 주중, 주말 10편, 청량리역 출발은 주중 8편, 주말 16편이다. 상복역은 주중 9편, 주말 13편이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는 최단시간 기준 114분, 청량리역에서 강릉역까지는 86분 걸린다.

평창 동계올림픽 수송 기간인 내년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는 운행횟수 증편으로 열차 편성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입국 피크 집중수송 기간인 2월 1일부터 9일까지와 출발 피크 집중 수송 기간인 2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편도기준 하루 51회 경강선 KTX 열차를 편성한다.

경강선 KTX 운임은 서울역~강릉역은 2만7600원, 청량리역~강릉역은 2만6000원, 서울역~진부역 2만2000원으로 확정됐다.

△잠잘곳= 강릉시 오죽헌 인근에 오죽한옥마을(033-655-1117~8)이 있다. 전통한옥과 현대한옥을 조합한 전국 최초의 신한옥 인증단지다. 규모는 1,2단지에 34동 51실 규모다. 강원도 한옥 건축의 특징을 살려 누마루와 툇마루 등을 도입했다. 내부는 현대식 화장실과 방음과 방한효과가 뛰어난 이중창을 설치해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경기연출 담당 관계자들의 숙박시설로 활용한다.

△먹거리= 강릉시 초당동 ‘점봉산 산채 산나물천국’은 강원도의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갖가지 산나물을 소담스레 담아낸다. 산나물은 절인 명이나물에 싸서 먹으면 별미다. 참기름이 들어간 비빔그릇에 구기자와 치자를 넣어 지은 노란색 밥과 향긋한 산나물을 한데 넣고 비비면 건강한 산채비빔밥을 완성한다.

점봉산 산채 산나물천국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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