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간접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는 금융상품인 이들은 100% 천연 과일주스처럼 부동산이라는 투자대상이 갖는 괜찮은 안정성과 적당한 수익성을 그대로 금융상품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러나 부동산 경기나 투자 대상의 개별 입지, 주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손이 선뜻 나가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2010년 12월 초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상대로 펀드 가입 예약을 받았다. 최소 가입 금액 1억원 5년 만기에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였다. 그러나 단 이틀만에 800억원을 손쉽게 모집했다. 10억원 뭉칫돈을 넣는 큰손도 있었다고 한다.
다올자산운용이 내놓은 ‘다올랜드칩부동산투자신탁1호’였다.3년 4개월만에 처음 등장한 공모 부동산 펀드로 눈길을 끌었던 이 부동산 펀드는 그렇게 돈을 모아 서울 여의도의 하나대투증권 사옥을 2870억원에 사들였다. 1300억원은 금융회사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펀드를 만들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았다.
운용 1년이 지난 이 펀드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6.42%. 당초 목표 수익률 6.5%를 거의 달성한 셈이다.이렇게 국내 부동산에 이른바 ‘부동산 펀드’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개인투자자들보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주로 열린 문이지만 개인투자자들도 조만간 이 시장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월 26일 13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부동산 펀드는 약 300개 가량으로 대부분은 소수의 투자자들의 돈으로만 운영되는 사모펀드다. 전체 부동산 펀드의 97.5%(금액기준)가 이런 사모펀드로 집계되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공모펀드는 15개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14개는 2008년 이전에 나온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손댈 수 있는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설정액 10억원 이상 공모형 펀드 15종은 지난 1년 동안 평균 -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13.1%)나 해외 주식형펀드(-21.6%)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서울 신대방동 소재 삼성 옴니타워에 투자한 ‘미래터전KTB부동산 2’가 연 수익률 11.4%로 1위다.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기숙사에 투자한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2’의 수익률도 8.2%로 양호한 편.
전체 15개의 공모 부동산 펀드 가운데 9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서울 시내 오피스텔의 투자수익률이 연 5%가 채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임대료 수익과 매각 수익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잘 고른 부동산 펀드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 반토막…부동산 경기 위험도 커
그러나 모든 부동산 펀드가 이런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투자수익률 1위를 기록한 ‘미래터전 KTB부동산 2’도 한 해 전인 2010년에는 최근 1년 수익률 -12%라는 암담한 투자보고서를 냈었다.경남 거제시 아파트 단지 개발사업에 투자한 ‘KB웰리안부동산 8’은 지난 1년 수익률이 -47.9%로 반토막이 났다.
문제가 된 부동산 펀드는 지난 2006년 3월28일 2100억원 규모로 설정된 거제도의 1200가구 아파트 신축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이었으나 분양이 잘 되지 않아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당초 이 펀드는 6개월마다 7% 이상 이자를 배분하고 분양률이 60% 이상인 경우 성공배당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2007년 4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부동산 펀드인 맵스리얼티1(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물단지다. 맵스리얼티 1은 서울 중구 수하동의 센터원 빌딩에 투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펀드는 금융회사로부터 연 5.9%의 금리에 2900억원 규모로 신디케이트론을 받았다.
연간 대출이자는 171억원으로 센터원 임대료를 감안하면 연평균 임대율이 50%를 유지해야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건물 완공 직후에는 임대율이 낮아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도 매우 낮다. 작년까지 연환산 수익률은 2.83%로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펀드의 가격이다. 거래소를 통해 사고 팔수 있게 돼 있지만 반토막에 가깝다. 503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장 초기에는 5430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2월 중순 주가는 2800원대다. 이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급전이 필요해 주식시장에서 이 펀드를 팔고 나가려면 투자금액의 절반 남짓을 건지는 데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배당수익이 전부인 이런 투자대상은 거래소에서 거래될 때 실제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기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시장에서 이런 종목을 사들이면 실제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 부동산 펀드는 센터원빌딩 외에도 경기 분당 오피스빌딩인 미래에셋플레이스 임대운용사업 2014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경기 판교 비즈니스호텔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투자하는 펀드도
2009년 금융 위기 직후 인기를 모았던 부동산 펀드는 이른바 ‘미분양 펀드’로 불리는 펀드들이다. 쉽게 말하면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대출인 셈인데 주로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보험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투자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주택시장안정사모부동산펀드’ 2호와 3호는 각각 충남과 경남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고 아시아자산운용은 25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부산 연산동 미분양 아파트를 샀다. 주로 이름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들이 대상이다. 분양이 안될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이 미분양 펀드들이 투자한 돈을 돌려준다는 약속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미분양 펀드가 다시 뜸해졌다. 정부에서 2010년말 이후로는 미분양 펀드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후 3년 동안은 팔지 못하는 규제를 다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하거나 팔아야 수익을 회수할 수 있게 돼 있는 미분양 펀드의 설자리가 줄어들었다.
부동산 펀드의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오피스 빌딩에서 아파트 사업으로 투자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동산 펀드의 아파트 개발사업 투자 설정액은 3900억원. 지금까지 매년 평균이 1000억원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증가한 규모다.
서울 독산동에 지어지고 있는 롯데캐슬과 경북 안동시에 들어서고 있는 안동 웅진스타클래스 등이 부동산 펀드를 통해 사업자금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분양 훈풍이 불고 있는 세종시의 아파트 개발사업에도 2000억원 이상의 부동산 펀드 자금이 투입됐다.
이 밖에도 부동산 경매 낙찰물건에 주로 투자하는 지지 사모경매 부동산투자신탁2와 골프장에 투자하는 하이 보보스사모 부동산투자신탁1 등이 독특한 펀드로 꼽힌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이란성 쌍둥이
부동산 펀드와 거의 같은 금융상품으로 리츠가 있다. 구체적인 규제방식이나 소관부처가 다르긴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동산에 간접투자한다는 점에서 거의 비슷하다.
코람코자산신탁이 2008년 설립한 ‘코크렙제14호’는 서울 영등포구의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 업무시설에 투자하는 리츠다. 이 리츠는 지난해 2분기 3.29%의 배당수익률을 올렸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배당수익률은 13.14%에 이른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들은 적지않은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상장한 골든나래리츠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500원)에도 못 미치는 200~3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리츠의 공모가는 5000원이었다. 만약 공모가(5000원)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경우는 투자원금이 2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주식시장에 상장된 자기관리리츠는 주로 대형 오피스 건물보다는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을 주사업으로 한다. 주택업자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자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삼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리츠를 설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장된 리츠들의 주가는 분양이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이라는 논리가 적용되며 주가의 급등락이 심하다.상장된 리츠인 광희리츠의 경우 지난해 당초 계획했던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도시형생활주택 개발사업을 접고 당산동 한국철도공사 사원아파트 부지 개발사업에 투자하기로 변경했다.
이코리아리츠도 부산 민락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8월 소형 오피스텔로 변경했다.이코리아리츠는 원래 부산시 민락동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사업, 오산시 원동 파크스퀘어 매입사업, 서울시 구의동 백송빌딩 매입사업을 진행했는데 난항을 겪으면서 이들 사업을 대구시 범어동 위브더제니스 상가 매입, 양주시 그랑시떼 상가 매입 건 등으로 변경했다.
골든나래리츠는 거제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도시형생활주택 134가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790만원에서 728만원으로 낮췄다.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코크렙제8호위탁관리, 케이알제2호위탁관리, 코크렙제15호기업구조조정, 트러스와이어제7호위탁관리 등 총 4개의 CR리츠와 골든나래리츠, 광희리츠, 케이탑리츠, 이코라이리츠 등이다.
한국리츠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2분기 리츠 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킴스클럽 등 건물을 사들여 재임대한 ‘뉴코아강남’은 7.43%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 환산 수익률은 15%에 육박한다. 쌍용양회 인천공장 등을 보유한 ‘에스와이인더스’ 역시 연환산 배당수익률이 14.20%에 이르고, STX남산타워에 투자한 ‘코크렙제11호’도 12.87%다.
대우건설 사옥에 투자한 ‘제이알제1호’도 연 환산 배당수익률이 10.83%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우투신영하우징제1호’와 ‘에프엔뉴하우징제1호’ ‘플러스타제1호’ 등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한 8개 리츠는 한푼도 배당하지 못했다.
리츠란 무엇인가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투자한 부동산의 지분을 잘게 쪼개 증권화한 것이다.리츠는 투자대상에 따라서 일반 리츠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로 구분한다. CR리츠는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서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는 부동산을 구입한다.
수익을 올리는 방식에 따라서는 임대형과 개발형으로 구분한다. 임대형은 부동산을 임대해 얻어지는 임대료를 주수익원으로 하며 개발형은 부동산을 개발 분양해 수익을 얻거나 오래된 건물을 구입하여 가치를 높인 뒤 팔아서 차익을 얻는 것이다.개발이익을 추구하는 리츠가 아니라 기존 대형 빌딩을 매입하여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리츠에서는 임대료 및 관리비 수익을 바탕으로 하는 수익이 고정적으로 얻어지기 때문에 안정된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리츠로는 코크렙제8호, 코크렙제15호, 트러스와이제7호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코크렙15호가 소유한 인송빌딩은 퇴계로 대로변에 있는 빌딩이다. 2013년 빌딩을 전면 리모델링하고 신규 A급 오피스로 전환해 빌딩의 가치를 높인 후 시장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 부동산의 장부가는 2009년 1207억원이었으나 리모델링 후 2014년에는 1479억원으로 기대한다. 매각 예상가격은 1814억원. 그러나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실제 리모델링에 따른 매각차익이 얼마냐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달라진다.
트러스와이7호는 작년 9월30일에 상장됐고 올해 4월30일에 첫 배당이 이뤄진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부근에 있는 목동 SMT 빌딩에 투자한 리츠다.코크렙8호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G타워와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센트럴타워 등 2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펀드와 마찬가지로 리츠 역시 최근의 트렌드는 ‘다변화’다. 도심의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부동산 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인가를 받은 생보제1호 위탁관리리츠와 아벤트리 자기관리리츠는 호텔 사업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리츠다.
이들은 각각 서울 충무로와 종로에 위치한 삼윤빌딩과 천마빌딩을 매입해 호텔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중이다. 제이알제5호 위탁관리리츠는 이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청북물류 개발전문 위탁관리리츠는 경기 평택시에 들어서는 물류단지 조성사업에 투자한다.
펀드가 투자하고 있던 부동산 상품을 매입해 리츠 대상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은 현대자산운용의 펀드 투자처인 경기 분당 서현빌딩을 사들여 리츠 물건으로 바꿨다.
은행 격돌…KB·하나금융 등 눈치
금융회사들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을 새로운 영역으로 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KB금융은 올 2분기 중 개인 고객들이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등에 펀드를 통해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펀드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에게만 개방됐던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개인 위주로 돌리겠다는 뜻이다.KB금융은 지난해부터 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내 투자금융본부와 KB부동산서비스산업단, KB자산운용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부동산 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해 왔다. 은행 내에 흩어져있던 부동산 기능도 한 곳으로 모았다. 프라이빗뱅킹(PB)사업부 내 부동산컨설팅업무와 주택 시세조사 등 데이터조사 업무를 사업단에 통합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내놓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의 수익률은 4%대 정도인 예적금 상품 수익률보다 2∼3%포인트 정도 높은 7%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초기에는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중심으로 투자를 받는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일반 국민은행 영업점에서도 고객 가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부동산그룹도 최근 부동산금융 관련 대안모델 특별팀을 만들었다. 사모 투자자나 공모 투자자를 끌어모아 리츠(부동산투자회사)·펀드 등을 설립, 직접 개발사업에 나서거나 실물 부동산을 매입해 운용하는 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는 것. 미래에셋그룹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합병하면서 부동산 금융 특화 금융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나 KB자산운용 등 실물 투자에 강한 자산운용회사들도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에 대비한 공모형 부동산펀드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6호 M+` 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6호 M+는 2012년 3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