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의붓손녀 성폭행해 아이 둘 낳게 한 50대[그해 오늘]

이준혁 기자I 2023.11.10 00:01:01

초등학생 의붓손녀 6년간 성적 학대
중학생 때 임신…홀로 첫째 아들 낳아
출산 한 달도 안 돼 둘째 임신시켜
1심 징역 20년→2심 징역 25년 선고
판사도 “너무 비참하다” 눈물 흘려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2017년 11월 10일. 어린 의붓손녀를 6년간 성폭행하고 아이 두 명을 출산하게 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당시 53세)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사실혼 관계이던 여성의 손녀 B(당시 17세)양을 성폭행한 혐의였다.

당시 A씨의 범행을 질타하던 재판부는 판결문을 읽던 중 B양이 겪은 고통을 설명하다 눈물이 고여 목소리가 떨리거나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게티이미지)
A씨의 성폭행은 B양이 초등학생이던 11살 때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6년간 이어졌다.

2011년 부모의 이혼으로 함께 살게 된 B양에게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며 협박해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하기 시작해 이듬해 성폭행으로 번졌다.

B양은 수년 동안 할머니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본 데다, A씨가 경제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저항하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친 성폭행에 B양은 15세로 중학생이던 2015년 임신을 하게 됐고, 그해 9월 아무도 없는 집 화장실에서 아들을 낳았다. 당시 혼자 가위로 탯줄을 자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 한 달도 안 된 같은 해 10월 B양은 A씨로부터 재차 성폭행을 당해 둘째 아이까지 임신하게 됐다. 이후 첫째를 낳은 지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둘째 아들을 낳았다. 배가 불러와 고등학교를 자퇴한 상태였다.

B양은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남자친구와 성관계했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할머니에게 A씨의 범죄 사실을 숨겼다. 그러다 2017년 초 집을 뛰쳐나와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렸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형사부 부장검사가 직접 A씨를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일부 범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임신한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여타 성폭력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피고인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성적 욕구 만족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어떠한 단어로도 그 실체를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같이 살던 피해자를 성폭행해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는 등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든 검사 측 항소에 2심 재판부는 형량을 늘려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가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못 이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란다며 엄벌을 탄원하면서도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사회 관심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임신을 수상하게 여긴 친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평소 A씨로부터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차마 성폭행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허구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통해 출산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이 사건에서도 합의한 채로 성관계를 했고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