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핼러윈은 아직 낯설다. 일반적으로 서방의 문화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폐쇄성이 높은 탓이다. 그럼에도 중국 역시 최근 들어 국제도시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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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축제 지겨워…상하이로 가자”
중국 대표 포털인 바이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등에서 ‘万圣节’(완셩지에·핼러윈데이의 중국말)를 검색하면 핼러윈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나 중국 주요 지역에서 핼러윈 관련 기사, 게시글 등을 볼 수 있다.
젊은층이 많이 쓰는 웨이보에서는 핼러윈을 기념해 특이한 복장(코스튬)을 입거나 분장을 한 채 찍은 인증샷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핼러윈 문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상하이다. 중국 대표 국제도시인 상하이는 내륙에 위치한 다른 대도시와 달리 개방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상하이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서양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낮다. 상하이에 위치한 많은 쇼핑몰, 레스토랑, 바 등에서 핼러윈을 테마로 한 이벤트와 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도 지난 주말 상하이에서는 각양각색 차림을 한 중국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상하이의 위치한 파운드158 지역은 펍, 바, 클럽 등이 밀집해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힙플레이스’로 꼽히는데 이곳을 찾은 젊은 중국인들도 많았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당장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상하이로 달려가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며 핼러윈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핼러윈 축제에 가고 싶다. 봄 축제는 이제 지겹다”며 반응도 나타냈다.
서양 문화가 친숙한 홍콩은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3일 핼러윈을 앞두고 홍콩의 칵테일·와인 바와 호텔, 술집 등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소개했다. SCMP는 “올해 할로윈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이 철폐된 홍콩에서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핼러윈 분장, 지하철 타지마” 제한하기도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탐탁잖은 시각도 적지 않다. 서양 귀신 축제를 왜 우리가 나서서 챙겨야하냐는 반응이다.
상하이에 살고 있다는 한 웨이보 사용자는 “핼러윈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나와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현지인들은 짜증이 난다”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상하이 핼러윈이 갑자기 인기가 많아졌는데 관례에 따라 조만간 규제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역겹고 미친 종류의 유령인척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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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광저우시는 4년 전인 2019년 10월부터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과 공포를 주지 않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녀·뱀파이어·악마와 같은 분장은 지워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당시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네티즌의 87.7%가 극단적인 스타일링이 대중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며 광저우시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광저우시 지하철 입구에서는 핼러윈 분장을 했다가 입장하지 못하자 리무버로 화장을 지우는 젊은 중국인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핼러윈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이두에서는 ‘중국인이 핼러윈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우선 핼러윈은 중국 전통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가 즐기길 꺼린다는 분석이다. 핼러윈을 즐기는 것은 서양의 전통일 뿐 중국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종교의 범위가 상당히 제한된다. 중국은 어느 정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고는 하지만 종교 활동은 국가종교사무국을 통해 관리된다. 종교가 정치나 교육 등과 결합해 반(反)공산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마음껏 서양 귀신 분장을 하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이 기성세대들에겐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