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불린다.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한 후, 유전자 변형을 통해 CAR를 도입하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상 세포 손상은 줄이고 암 세포는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어 새로운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단 한 번의 투여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샷 치료제’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치료제 선택 폭이 좁으며 비용 측면에서도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CAR-T 치료제 중에서는 유일하게 허가 받았다. 1회 투여 비용이 3억6000만원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600만원 정도로 줄었다.
이처럼 아직까지 CAR-T 치료제의 옵션은 전세계적으로도 4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등 매우 한정적이지만 내년부터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CAR-T 치료제 출시가 예상되면서 다양한 CAR-T 치료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큐로셀과 앱클론의 CAR-T 치료제 ‘안발셀’과 ‘AT101’다. 두 치료제 모두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기존 허가받은 킴리아 대비 우수한 효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무대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큐로셀 안발셀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안발셀은 암세포가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객관적반응률, ORR)이 75.3%,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져 관찰되지 않는 완전관해(CR)는 67.1%를 기록했다. 이는 킴리아의 ORR 52%, CR 40% 대비 훨씬 뛰어난 효과인 셈이다.
앱클론 ‘AT101’는 임상 1상 약 2년의 장기추적 결과, 전체생존율(OS)이 80%를 기록했다. 이는 킴리아 OS ‘40%’ 대비 두 배 가량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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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셀과 앱클론이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국산 1호 CAR-T’ 타이틀은 큐로셀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안발셀은 임상 2상까지 모두 마친 상태로 현재 국내 CAR-T 치료제 중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
큐로셀은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뛰어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조기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큐로셀 관계자는 “신속심사 등 가장 빠르게 허가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큐로셀이 안발셀 품목허가를 획득할 수 있는 루트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안발셀은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 제도에 지정된 바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 지정 의약품의 경우 식약처 품목허가 처리 기한이 120영업일에서 90영업일로 줄어든다.
지난 8월에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도 지정됐다. GIFT 대상 품목은 일반 심사 기간 대비 25% 단축을 목표로 하며,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데이터의 경우 제품 판매 이후 제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시간 단축에 유리한 점이다.
위 두 가지 방법 외 큐로셀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이다. 초고가 의약품이라는 특성상 보험급여 적용이 매우 중요한데, 해당 시범사업의 경우 앞선 두 제도와 달리 허가 이후 급여 부분까지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
큐로셀은 올해 8월 초 있었던 ‘제2차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에 지원한 상황이며,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큐로셀 관계자는 “1차 시범사업 당시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선정됐는데 품목허가 이후 약 6개월 만에 보험급여 등재까지 이뤄졌다”며 “다른 신속심사 제도를 활용하는 것보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나하나 제작과정을 거치는 CAR-T 치료제 특성상 제작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데 우리나라 환자 기준, 킴리아의 경우 환자 세포 추출 후 치료까지 1달이 걸리지만 안발셀은 2주 정도면 치료제 투여까지 가능하다”며 “이밖에도 안발셀은 면역관문 PD-1과 TIGIT 수용체를 동시에 제거하는 ‘OVIS’라는 플랫폼 기술이 적용돼 있어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은 누가 먼저?
국내 무대 출시 일정 측면에서 안발셀 대비 늦은 앱클론 AT101은 글로벌 무대 진출로 반전을 노릴 예정이다. 앱클론은 현재 AT101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모든 환자 투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앱클론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본격적인 기술수출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앱클론 관계자는 “임상 2상은 환자 82명을 목표로 하며 현재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환자 투여를 마칠 것으로 예상되며 먼저 투여가 이뤄진 환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도출해 기술수출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앱클론이 기술수출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항체에 있다. 기존의 CAR-T 치료제들은 생쥐 유래 ‘FMC63’ 항체를 이용하지만 앱클론은 자체 개발한 인간화항체 ‘h1218’를 사용한다. 인간화항체인 만큼 면역반응 유발이 최소화되면서 면역 거부 반응이 생기지 않아 약효 지속성도 늘어나는 구조다.
특허 부분에서도 자유롭다. FMC63 항체를 사용하는 경우 특허 회피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독보적인 항체를 사용하는 AT101는 특허와 관련해 시간이 지체되는 등의 리스크가 없다.
앱클론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인간화항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에서도 관심이 높고 기술수출 경쟁력 및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항체 치료제 기술수출 경험도 있는 만큼 성공적인 기술수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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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셀과 앱클론이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티카로스는 CAR-T 플랫폼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티카로스의 핵심 기술에는 ‘클립’(CLIP), ‘컨버터’(Converter) 및 ‘스위처블’(Switchable) 세 가지 플랫폼이 있다. 해당 플랫폼들은 CAR-T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로,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동시에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클립 CAR-T는 세포의 면역 시냅스를 강화해 항암 효과를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둔 플랫폼 기술이다. 컨버터 CAR-T 플랫폼은 CAR-T 세포가 종양세포에 의해 유발되는 T 세포 억제 신호를 극복하고, 이 T세포가 종양에만 작용하게 한다. 스위처블 CAR-T는 항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암 항원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CAR-T 치료제는 아직까지 혈액암 치료에 국한돼 있으며 이 한계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티카로스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고형암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이 아닌 플랫폼 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비독점적 기술수출’ 가능성도 있어 CAR-T 치료제 시장 확대에 따른 성장도 예상된다.
티카로스 관계자는 “혈액종양과 달리 고형종양 치료를 위해서는 종양미세환경, 종양항원의 이질성, 정상세포에서 발현될 수 있는 부작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통해 효력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여야하는 딜레마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티카로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클립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TC011이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액종양 대상 임상 1상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