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블록버스터]①첫 국산 블록버스터 나왔다…차기 후보는?

김진수 기자I 2024.12.26 10:55:45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신약 개발에 성공해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확률은 0.01%다. 1만개의 신약 후보물질 중 단 하나의 물질만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해 임상 3상까지 마치고 실제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이다. 0.01%의 벽을 통과하더라도 시장 규모가 크지 않거나 마케팅 실패, 경쟁력 부족 등 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의약품이 많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제약 업계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연간 매출 1조원(또는 10억달러) 이상의 치료제를 말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6068억달러(약 2220조원)로 전년 대비 1조4820억달러(약 2050조)보다 8.4% 가량 증가했다. 의약품 시장은 앞으로도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바이오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산 첫 블록버스터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기대하던 국산 첫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올해 탄생한다. 셀트리온(068270)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올해 3분기까지 97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면서 사실상 국산 첫 블록버스터 등극이 확실하다.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다. 셀트리온은 2006년부터 램시마 개발을 시작해 약 10년 만인 2016년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까지 획득했다. 램시마는 출시 5년만에 레미케이드를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램시마에 밀린 레미케이드는 최대 매출 5조원에서 지난해 2조원까지 감소했다.

램시마는 첫 K바이오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산 의약품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분기까지 램시마 매출을 살펴봤을 때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은 사실상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차기 블록버스터도 보유 중이다.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 제품 ‘짐펜트라’가 그 주인공이다. 짐펜트라는 지난해 FDA로부터 품목허가 받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이어 짐펜트라까지 출시하면서 인플릭시맙 성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점령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미국에 짐펜트라를 출시한 이후 보름만에 3대 PBM 중 하나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SI)와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계약을 늘려가면서 약 5개월 만에 3대 PBM 모두와 계약을 완료했다. 셀트리온이 계약을 체결한 3대 PBM은 미국 전체 보험시장에서 가입자 수 기준 80%를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한양행, SK바이오팜, HK이노엔도 잰걸음

유한양행(000100) ‘렉라자’, SK바이오팜(326030) ‘엑스코프리’, HK이노엔 ‘케이캡’ 등도 블록버스터 등극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렉라자는 램시마에 이어 두 번째 블록버스터 등극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신약 출시 첫 해 매출 2억달러를 기록하면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존스앤드존슨의 분석에 따르면 렉라자는 출시 첫 해 매출 2억3000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렉라자는 이중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으로 사용되는데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의 병용 요법 비교해 효능, 안전성, 약가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가정했을 때 41%의 점유율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추후 공개될 전체 생존(OS) 데이터, 리브리반트SC 제형 승인, 의약품 가격과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렉라자는 글로벌 파트너 등에 올라타면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FDA 승인 받은 50개의 혁신신약(First-in-class) 항암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치료제 5개 중 3개는 빅파마로부터 나왔다.

렉라자는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이 권리를 확보해 판매까지 하고있다. 존슨앤드존슨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최대 매출(피크 세일)을 50억달러로 잡고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의 판매 등 마케팅에 대한 부분 역시 존슨앤드존슨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전략 등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엑스코프리 매출 1조원 빨라질까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도 K바이오 블록버스터 후보다. 엑스코프리는 뇌전증 증상 중 하나인 발작을 제어해주는 치료제다. SK바이오팜이 초기 임상부터 품목허가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엑스코프리는 2019년 FDA 허가를 획득했으며 이듬해 6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 판매 및 마케팅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두고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데도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를 통해 2021년 3월 허가를 획득하고 판매 중이다.

엑스코프리는 미국 출시 이후 매분기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엑스코프리 매출은 1052억원, 3분기 11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최대 4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은 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는데, 올해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엑스코프리 매출은 2025년 5750억원, 2026년 7120억원, 2027년 817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치로 계산한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24%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8년엔 엑스코프리 매출 1조원이 가능하다.

SK바이오팜은 2029년까지 엑스코프리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도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엑스코프리는 내년과 내후년까지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먼저 완전발작 및 소아청소년 부분발작 적응증 추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결과가 내년 발표될 예정으로 적응증 확대를 통한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내후년엔 현재 엑스코프리와 경쟁 중인 UCB 브리비액트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사용 이후 처방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HK이노엔 케이캡, 곧 美 진출

HK이노엔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곧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블록버스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케이캡 임상 3상은 최종 데이터 분석 과정에 있다. 비미란성 환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에 환자 투여가 완료됐으며 곧 최종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제품 출시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몇 년 전부터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대신 P-CAB 기전의 의약품이 다수 처방되면서 케이캡 역시 출시 5년내 6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HK이노엔이 중국 제약사 뤄신으로부터 확보하는 로열티 금액을 기반으로 추정한 케이캡 중국 매출은 약 1200억원 가량이다. 뤄신은 2027년 케이캡 매출이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케이캡은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연매출 2000억원의 벽마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에는 글로벌 매출 1조원 돌파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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