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류킨 억제제가 시밀러보다 위협적?...‘휴미라’ 시장 빼앗을 하마는

김진호 기자I 2023.06.01 10:00:07

1분기 매출 전년 동기 比 휴미라 27%↓ vs. 인터류킨(IL) 억제제 45%↑
삼성에피스, 셀트리온 등 6곳 연내 휴미라 시밀러 출시 예고
업계 “''IL 계열 ''스카이리치'' 성장세 매섭...휴미라 시밀러 경쟁 상대로 부상”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연내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출시하려는 기업은 국내 삼상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을 포함해 총 6곳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등장하기도 전인 올1분기 휴미라의 매출은 크게 주저앉았다.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나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 등 인터류킨(IL) 억제제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휴미라의 매출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12억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미국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시장이 바이오시밀러의 등장 및 다른 기전의 경쟁 약물의 확장세 등으로 인해 쪼개질 전망이다.(제공=애브비, 게티이미지)


휴미라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 물질 중 하나인 ‘혈액괴사인자알파(TNF-α)’를 비활성화(억제)시키는 단일 클론 항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여러 자가 면역 반응의 강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건선 관절염, 크론병(국한성 창자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 세계 각국에서 15종 안팎의 자가면역질환 관련 적응증을 두루 확보하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특허가 만료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3월 미국 암젠의 ‘암제비타’를 시작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연말까지 최대 의약시장인 미국 내 출시 계획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각사에 따르면 올초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하드리마)와 프랑스 산도스(하이리모즈), 독일 프레제니우스 카비(이다시오)와 베링거인겔하임(실테조) 등 4곳의 기업은 오는 7월, 미국 화이자는 이보다 2달 늦은 9월에 “자체 개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내놓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3일(현지시간)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CT-P17’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셀트리온도 7월 출시 대열에 가세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산도스, 셀트리온 등이 휴미라 시장의 85~90% 가량을 차지하는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까지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212억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휴미라의 매출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휴미라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 감지됐다. 애브비에 따르면 휴미라의 올 1분기 매출은 약 4조5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약 6조2800억원) 27% 가량 크게 감소했다. 휴미라와 같은 TNF-α 억제제 계열의 약물인 암젠의 ‘엔브렐’과 미국 얀센의 ‘레미케이드’ 등도 같은 기간 각각 32%와 26%씩 감소했다.

반면 프랑스 사노피의 듀피젠트나 애브비의 스카이리치 등 대표적인 IL 억제제 계열의 약물 매출은 40~45%가량 크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듀피젠트의 자가면역질환 적응증 관련 올 1분기 매출은 3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500억원) 대비 43.5% 상승했다. 스카이리치 최근 1분기 매출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470억원) 대비 45%가량 오른 것이다. 휴미라 매출을 나눠먹을 복병이 따로 있던 셈이다.

듀피젠트와 스카리이치는 휴미라의 적응증을 따라잡으려는 적응증 확대 전략이 매출 신장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2017년 성인의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으로 승인된 듀피젠트의 적응증은 2021년까지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6세 이상 아토피 피부염 △12세 이상 천식 △18세 이상 만성 부비동염 적응증 등을 획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에서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의 접종연령을 6개월~5세 영아까지 사실상 모든 연령으로 늘렸고, 유럽에서는 피부질환인 결절성 양진 적응증도 획득했다. 현재도 만성 두드러기나 호중구성 식도염등 7종의 추가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중이다.

염증질환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IL 억제 계열의 약물은 새롭게 떠오르는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 대비 중증 부작용의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아, 연령 확대 등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휴미라가 누려왔던 자가면역질환 시장은 다른 계열의 약물들로 더 세분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브비가 휴미라 후속작으로 개발한 스카이리치도 적응증 확장에 성공하며, 휴미라의 매출을 흡수하고 있다. 성인 판상 건선과 성인 활동성 관절염 등 2종의 적응증을 갖고 있던 스카이리치에 대해 FDA가 지난해 6월 성인의 활동성 크론병 적응증을 추가 승인했다. IL억제제 중에서도 스카이리치가 휴미라의 적응증을 빠르게 따라잡는 약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2월 애브비 측은 올해 매출 전망치에 대해 발표하며 휴미라는 137억 달러, 스카이리치는 74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1분기만에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스카이리치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선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아토피피부염이 주력적응증인 듀피젠트와 달리 IL 계열 약물중에는 휴미라의 적응증을 확보하는 스카이리치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의 유력한 경쟁약물이 될 것”이라며 “물론 접종연령이나 적응증 갯수 면에서 아직 휴미라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런 IL 억제제들의 시장이 확대될수록 휴미라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사의 수익성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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