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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때"…'학폭 연쇄 폭로’ 폭발한 피해자들

이용성 기자I 2021.02.22 16:55:10

연예·스포츠계 넘어 사회 전반에 '학폭 미투' 번져
피해자들의 '학폭 연쇄 폭로'...현재진행형
전문가 "다른 폭로를 보며 피해자들 용기 얻어"
'학폭' 폭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연예·스포츠계 유명 인물을 향한 ‘학교폭력(학폭)’ 폭로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과거 유명인에 대한 학폭 폭로가 대부분 ‘단발성’이었다면 올해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폭로가 폭로를 연이어 낳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상당수가 의혹을 인정하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잇단 폭로를 보면서, 오랜 시간 마음 속에 피해 사실을 묻어 놓았던 이들의 ‘용기’가 발현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연예·스포츠계 넘어 사회 전반에 ‘학폭 미투’ 번져

지난 1월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한 가수 진달래(본명 김은지)씨가 시작이었다. 피해자는 과거 진씨가 시도 때도 없이 폭행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토로했다. 이에 진씨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오디션 경연 도중 해당 방송해서 하차했다.

이후 지난 10일 ‘현직 배구선수 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 ‘학폭 미투’에 기름을 부었다. 여자 프로배구의 흥행 주역이었던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가해 사실이 폭로되면서다. 결국, 이씨 자매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썼고, 소속팀 흥국생명은 이들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폭로는 남자 프로배구계로도 번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프로배구 선수 송명근, 심경섭씨는 지난 13일 사과문을 작성하고 잔여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프로야구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9일 한화이글스 소속 한 선수가 학교 폭력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에 이어 이날 또 다른 투수 2명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폭로는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로 다시 넘어왔다. 지난 16일 배우 조병규씨에 이어 20일에는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본명 서수진)의 학교 폭력 의혹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배우 서신애가 자신의 SNS에 ‘변명은 그만’(None of your excuse)라는 글을 남기면서 수진의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우 김동희씨 역시 ‘학폭’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김씨 소속사 측은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김소혜씨와 배우 박혜수씨에 대해서도 관련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학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왼쪽)·이다영.(사진=연합뉴스)


‘학폭’ 연쇄 폭로 이전과는 양상 달라…“피해자들 용기 얻어”

유명인들에 대한 ‘학폭’ 폭로는 이전에도 제기됐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그룹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씨의 학폭 의혹이 불거지며 유씨가 팀을 탈퇴했다. 지난해 10월 그룹 블락비 박경과 그룹 갓세븐의 영재(본명 최영재)의 학폭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전의 학폭 폭로는 단발적 이슈로 끝났지만, 올해는 다르다. ‘학폭 미투’로 번지면서 꼬리를 문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진달래씨의 시작으로 벌써 두 달 가까이 끊임 없이 ‘학폭’ 고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학폭 이슈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데다 가해자들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 학폭 이슈보다 화제성과 주목도가 커지면서 덩달아 폭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익명성이 담보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 고발도 그러한 분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가 확실하게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실제로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로 인해 가해자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폭 이슈’로 되살아난 기억…전문가 “당분간 폭로 이어질 듯”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졌던 피해 사실이 피해자들의 기억 속에서 떠올라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곽 교수는 “학폭 이슈가 불거지거나 가해자가 눈앞에 등장하면서, 피해자들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라며 “이를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점화 효과는 시간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들 눈에 노출되거나, 피해자가 겪은 폭력과 비슷한 증언들이 이어지면서 폭로가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쇄 폭로로 촉발된 학폭 고발은 앞으로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피해자가 폭로를 통해 ‘공인’으로 활동하는 가해자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고 ‘가해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 또한 형성되고 있다”며 “학폭 관련 폭로가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연예·체육계 `학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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