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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내년부터 건설사 곡소리 더 커진다…“손실 확대 본격화”

이건엄 기자I 2024.03.28 19:32:41

한기평, 28일 2024 KR 크레딧 세미나 개최
“2025년부터 대손상각비 증가로 수익성 둔화”
“금리 인하돼도 실질적 반등은 2026년 이후”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흐름 지속 살펴봐야”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2025년 전후로 대손상각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가율 상승 이후 미분양 프로젝트 준공과 함께 대손반영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시현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내년부터 건설사들의 손실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과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건설사들의 대손상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은 보수적 기조 하에 재무건전성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입 원가 확대 가능성 높아

김현 한기평 기업2실 책임연구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주택 경기 저하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착공된 프로젝트들이 2025년을 전후로 준공 예정”이라며 “준공을 기점으로 비분양과 관련한 대손이 반영돼 수익성 저하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 여파로 공사 기간에 비례해 예정원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투입 원가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준공 시점에 원가를 반영하는 국내 건설사 회계 특성상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는 “경험상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투입법에 따라 준공 시점에 이르러서 추가 원가 반영을 일시에 진행한다”며 “현재처럼 원자재 가격 변동 심화와 인건비 상승, 미분양 증가 등의 영업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경우 손익을 많이 왜곡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기간 중에는 손실폭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준공 시점에는 다르다”며 “추가 원가 반영을 일시에 진행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나타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내 한 공사 현장 전경. (사진=이미지투데이)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선분양 등 사업진행 구조와 준공 후에 이뤄지는 매출 인식에 기인한다고 봤다. 특히 이같은 구조로 부실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위험을 감지하기 어려운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경기 호황기에는 분양 성과가 양호한 사업장들의 수익으로 저성과 사업장들의 손실을 가릴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그렇지 않다”며 “원가 투입에 따른 진행 기준 매출 인식을 적용하는 건설업 특성상 차입금의 증가나 부실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선제적으로 감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실은 소수의 미분양 사업장서 시작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의 부실이 소수의 미분양 사업장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수의 미분양 사업장에서 대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중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둔화돼 재무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KR 유효등급 보유 업체 17개 건설사들의 진행 사업장 약 700여개 중 100여개 사업장에서 분양률이 70%를 하회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경우 분양률 70% 수준이면 공사대금의 회수가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보지만 불경기에는 대금 회수에 제한이 따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는 “과거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는 일산 위브 더 제니스의 미분양에서 시작됐다”며 “HL디앤아이한라 역시 파주 운정지구 미분양으로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개의 프로젝트 분양률이 양호하더라도 1개의 프로젝트에서 미분양이 대규모로 발생하거나 PF로 인해 자금이 빨려 들어갈 경우 부실화가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신용 건설사들의 위기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대응력이 부족한 만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받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스크의 실질적 크기는 A급 이상의 대형 건설사들이 크지만 유동성 조달 수단 측면에서 봤을 때 BBB급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BBB급의 경우 계열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위기 시 자금조달이 막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불황기에는 수도권 리스크가 더 커

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수도권 미분양이 건설사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수도권 사업장의 경우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방 대비 훨씬 높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도권 사업장의 택지비 규모가 크다 보니 PF 규모와 이자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조정이 가능한 도급 공사비를 지방보다 낮게 책정하더라도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부동산 침체 시기에 미분양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또 미분양으로 쌓이는 순간 반영해야 되는 손실 규모도 지방 사업장 대비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난다”며 “2022년 이후부터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보면 수도권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책임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 반등 기미가 보이더라도 건설사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경기 개선을 반영한 사업자의 매출이 편입되는 시기가 2026년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는 “2022년 이후 신규 착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현재 수익성을 개선할 만한 사업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미착공 상태인 프로젝트들이 착공 전환해도 원가와 금융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사업성 저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등 호재에 힘입어 분양시장이 살아나도 건설사들의 영업수익성이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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