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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16시간 갇혔다, 캠핑카 끌던 그녀 선택은[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2.06 18:24:52

중구 춘절 연휴 앞두고 폭설 몰아쳐, 전국 곳곳 정체
중국 한 도로에 갇힌 커플, 화장실·음식 제공해 ‘훈훈’
중국 최대 명절 춘절, 특별수송기간만 40일간 이어져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수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중국 후베이성 한 도로에서 폭설로 갇힌 샤오 모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캠핑카에 있던 소시지를 굽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중국의 여행 블로거인 샤오 모씨는 춘절 연휴를 앞두고 이달 3일 남자친구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집에 가던 도중 후베이의 한 고속도로에 갇혀 버렸다. 후베이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고속도로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샤오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발이 묶였다.

밤을 새고 다음날까지 무려 16시간 넘게 고속도로에서 대기하던 샤오 커플은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차 문을 여니 어린 여자아이들이 화장실을 쓸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여행을 다니는 샤오의 캠핑카는 용변을 볼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샤오 커플은 그들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화장실을 제공했다. 도로 위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쳐있던 사람들을 위해 갖고 있던 소시지를 구워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다.

샤오는 자체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내 차에 노크를 한 여자들은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화장실을 빌리려고 했던 것이다. 내 차는 비교적 시설이 많지만 소형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더 힘들다”며 소시지가 많아 다 같이 구워서 먹었고 물을 끓여서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여행 블로거인 샤오모씨는 지난 4일 후베이성 한 도로에서 폭설로 갇히게 되자 주변 사람들에게 캠핑카 화장실을 개방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영상 화면 갈무리)


여행 블로거가 직업인 샤오는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해야 할 때”라며 “가능한 최선을 다해 많은 사람들을 돕겠다”고 전했다.

중국 한 지역에서 전해진 훈훈한 이야기지만 최근 중국 내 기상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샤오 일행의 사례처럼 춘절을 앞두고 지역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절은 올해 10일부터 17일까지가 연휴로 지정됐다. 그런데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고향이 멀다 보니 연휴 앞뒤로도 이동하는 수요가 많다. 이에 중국에서는 총 40일간 춘윈이라는 특별 수송기간을 정해 교통편을 늘려 이동 수요에 대비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 중국 전역에 닥친 기상 악화가 이동객들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곳에서 비와 눈,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춘절 교통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중국 후베이성의 한 도로 위에 차들이 폭설로 인해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AFP)


중국 중앙통신TV(CCTV)에 따르면 이달 1일 안후이성 허페이시 창펑현에는 최대 11mm의 눈이 내려 주변 고속도로 구간에서 긴급 제설 작업을 실시했다. 양쯔강 강선 중류 일부 지역은 도로가 얼어붙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정체를 빚기도 했다.

내몽골 후허하오터의 바이터 국제공항은 얼음과 눈이 날리면서 비행에 차질을 줬다. 이에 활주로를 녹이는 작업에 인력이 투입됐다.

앞으로 변덕스러운 날씨는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기상청은 6~7일 남부 지방은 비와 눈이 계속되겠고 7개 성과 일부 도시에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날씨가 회복되려면 춘절 전야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도 십수년전만 해도 극심한 교통정체로 고속도로에서 10시간 이상씩 정체를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고속철도(KTX) 등 교통수단이 많아지고 도로망도 촘촘해지면서 귀성·귀경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멀다는 부산까지 가더라도 고속철도로 3시간 이내면 충분하다. 아무리 교통수단이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먼 얘기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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