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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평택항 車수출 현장 가보니.."비중 커지는 전기차에 힘 실어줘야"

박민 기자I 2023.04.10 18:20:23

3월 자동차 수출액..사상 첫 65.2억 달러
기아, 日평균 2400대 선적..전년比 400대↑
“수출 물량 크게 늘어 연장작업도 부지기수”
전기차 수요 급증 ‘국내 생산 캐파 역부족 ’

[편집자주]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5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수출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전기차 수출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기차 수출 활력 제고와 함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기지인 평택항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평택항(경기)=이데일리 박민 기자] “수출 물량이요? 작년만 해도 밤 9시까지 하는 연장 작업은 한 달에 10번 남짓이었는데 올해는 차량 수출 물량이 많아져서 연장 작업일이 두 배로 늘어난 거 보면 말 다했죠.”

지난 7일 찾은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이곳에 자리한 기아 전용 부두에는 최근 ‘펄펄’ 끓고 있는 국내 자동차 수출 현장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수 천대의 기아 차량들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대열을 맞춰 운집해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하역관리 팀장은 “작년에는 토요일에 자동차 하역 작업이 없는 날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일하고 있다”며 “올 들어 하루 평균 차량 2400대를 선적하고 있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400여대가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항만인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내에 마련된 기아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 수천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자동차, 반도체 제치고 수출 1위 급부상

자동차 산업(완성차+부품)은 올해 들어 2개월(1~2월) 연속 반도체를 제치고 1위 수출품으로 떠올랐을 정도로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19만 2000대(연간 총 231만1904대) 수출한 완성차 업계는 올 들어 수출량이 월 평균 22만 8000대(1분기 총 68만4000대)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완성차 월 평균 수출액이 65억2000만 달러(8조5000억원)를 기록, 처음으로 6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4.2% 증가한 수준이며, 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자동차 수출이 급부상한 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한 데다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품질을 인정받으며 상품성을 높아진 결과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 수출 선봉에 선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수출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 10대 중 6대꼴로 해외에 수출했다. 총 316만5736대를 생산(공장 출고 기준)해 이중 61.1%인 193만5784대를 해외로 수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완성차 수출량의 80%가 넘는 비중이다.

실제로 이날 기아 전용부두가 있는 평택항 동부두에서는 야적장을 꽉 메운 수천대의 차량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배에 실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 차량은 모두 인근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명과 화성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이곳에서 대기중인 차량만 6700여대에 달했다.

정세원 기아 수출선적팀장은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는 1번부터 5번까지가 총 5개가 있으며 이중 4~5번이 기아 전용 부두”라면서 “면적만 21만200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활한 물류 흐름을 위해서는 야적장 대기 차량 물량이 평균 5500대가 적정하지만 최근 수출량이 늘어난데다 선복도 부족해지면서 이곳 4,5번 부두에만 6700여대가 있고, 옆 부두에도 T/S(환적) 물량에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야적장을 꽉 메운 차량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배에 실리고 있지만, 동시에 신규 차량도 매일 항만에 들어오면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지난 7일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인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내에 있는 기아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차량을 배에 싣는 선적 작업이 한창이다. 이날 기아는 차량 총 2400대를 선적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지난 7일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인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내에 있는 기아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차량을 배에 싣는 선적 작업이 한창이다. 이날 기아는 차량 총 2400대를 선적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날 기아의 하루 수출 물량인 차량 2700여대는 현대글로비스의 초대형 자동차 전용 선박 ‘소닉’을 포함해 총 4대의 선박에 나눠 실렸다. 선박에 실린 차들은 앞으로 인도양을 거쳐 영국과 독일, 스페인, 이스라엘,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스웨덴, 폴란드, 덴마크 등 유럽 전역으로 배송된다. 정 팀장은 “기아 차량은 평택항을 통해 전세계 137개국으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택항을 통해 총 59만2468대(통관 기준)를 수출한 기아의 경우 올해는 이보다 10만대가 많은 68만대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곳 수출항을 포함한 기아의 올해 전체 수출량은 총 100만대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도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올해 국내에서 총 185만대를 생산해 108만대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2020년에 현대차와 기아 합산 국내 총 생산량이 290만대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310만대를 다시 넘어섰다”며 “생산량이 늘어나면 국내 수출 물량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항만인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내에 마련된 기아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 수천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전기차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특히 수출 차종 가운데서도 전기차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현대차가 국내에서 10만대 가량 생산한 아이오닉 5의 경우 70%가 넘는 물량이 수출, 뜨거운 글로벌 수요를 입증했다. 기아의 니로 또한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 10대 중 8대가 해외로 팔려나갔을 정도로 ‘만드는 족족’ 수출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가 지난해 수출한 전기차는 총 21만9795대로서 이는 총 전기차 생산량(34만8061대)의 63.14%에 달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계속 늘면서 전기차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캐파(생산 능력)으로는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울산과 광명, 화성 등에서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함께 그동안 밀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수출도 늘고 있다”며 “수출금액 증가는 대당 수출단가가 높은 친환경차의 물량 증가와 국산차의 상품성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시설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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