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업 회계감사 부담 줄인다…금융위 “과도한 부분 튜닝”(종합)

최훈길 기자I 2023.02.10 18:12:44

회계학회,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9+2 완화안 발표
금융위 “회계감사로 기업 성장성 훼손해선 안 돼”
공인회계사회·빅4 회계법인 “제도 완화 시기상조”
산업계 “감사인 지정제 최대 12년까지 완화해야”
신외감법·시행령 개정 여부, 2월 이후 결론내릴듯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부담 등을 감안해 회계감사 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바꿔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놓고 산업계과 회계업계가 충돌하고 있어,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 확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주최 한국회계학회, 후원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 심포지엄에서 “제도의 비용과 편익 관점에서 편입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비용이 좀 과도한 부분은 파인 튜닝(좋은 조정)을 할 계획”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약 200명의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회계학회가 주최한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앞서 과거에는 특정 회계법인이 길게는 수십년 간 한 회사의 감사를 맡았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천문학적인 혈세까지 투입되자, 정부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신외감법)을 추진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2018년 11월 신외감법 시행에 따라 도입됐다.

현행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6+3 방식’(자유선임 6년, 지정 3년)이다. 한 회사가 6년간 동일한 감사인을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정부(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새 감사인을 지정하는 것이다. 신외감법이 시행된 뒤 지정 3년을 거쳐 최근부터 6년의 자유선임 절차가 적용되고 있다.

10일 공개된 회계학회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연구진은 주기적 지정감사제의 자유선임 기간을 현행 6년에서 9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감사인을 지정하는 기간은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개편하려면 신외감법과 시행령을 각각 바꿔야 한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정석우 고려대·황문호 경희대·오명전 숙명여대·최승욱 경희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날 금융위는 구체적인 개편안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회계 부담에 대해서는 수정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병관 팀장은 “정부가 가장 바라보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라며 “회계 부담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비용 수준이 성장에 배분해야 할 기업 자원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정도로 크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별로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송 팀장은 “주주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며 “경영진 감시를 위해 (회계 감사로 기업)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키면 주주들이 투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관련해 산업계는 연구용역보다 더 완화된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감사 빈도, 감사인 교체 빈도를 축소해달라”며 “자유선임 기간을 9~12년으로 늘려서 업무 비효율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감사인 지정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정하면 감사인 교체 주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이 방안은 기업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8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반면 회계업계는 현행 제도 유지 입장을 밝혔다. 이재형 한국공인회계사회 팀장은 “올해는 자유선임 1년차여서 (제도 효과가 어떤지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라며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광열 한영회계법인 본부장도 “지금 제도를 완화하면 (신외감법)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해 금융위는 충분히 논의를 거쳐 2월 이후에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송 팀장은 “정부안은 그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내용, 회계학회의 연구용역 결과, 10일 회계학회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업계 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한 만큼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