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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공개…루비콘강 건넌 김명수-임성근 악연 조명

최영지 기자I 2021.02.04 14:23:39

임 부장판사, 김 대법원장 녹취록 공개…진실공방 끝내
영남 출신에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
대법원장 임명 도왔지만 결국 갈등 국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면담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언급했던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날 김 대법원장의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정면반박했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과 끈끈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일로 이들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임 부장판사는 언론을 통해 지난해 김 대법원장과의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5월22일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나눈 대화로,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43분 여간 독대하며 사표 수리 관련 대화를 나눴다.

녹취록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에 “작년 12월 열이 38도까지 올라갔다”며 사표 수리를 요청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우리가 안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건강까지 상했다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임 부장이 다른 어떤 법관보다 남다른 자존심과 의무감이 있는 법관이었는데 법정에 선다는 게 얼마나 죽기보다 싫었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사표 수리 여부는 내가 정할 것이고 그전까지는 병가를 쓰고 푹 쉬시라”며 “(정치권에서) 탄핵하자고 저리 설치고 있는데 내가 지금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또 무슨 얘기를 듣겠냐는 말이야”라고도 말했다.

또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인 것과 상황은 또 다른 문제니까, (사표가) 수리되면 탄핵 이야기도 못 하게 된다”고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존 답변에서 이와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전날만 해도 당시 면담에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입장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이다.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는 각 부산고와 진주고를 졸업해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관으로 임용돼, 영남 출신 판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또 김 대법원장이 2017년 대법원장 후보에 오르며 인사청문회를 앞둔 당시, 임 부장판사에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임 부장판사는 이를 들어줬다고 알려졌다.

이후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2018년 임 부장판사는 야구선수 오승환씨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김 대법원장에 의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검찰 수사에 넘겨져 기소됐고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탄핵 위기에 처한 임 부장판사가 이날 김 대법원장의 사표 수리를 반려하는 취지의 면담 내용까지 공개하며 이들의 인연이 결국 악연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날 국회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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