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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4대강 현장 지도 최소화’ 공문

경향닷컴 기자I 2010.05.17 20:07:04

환경·노동부에 협조 요청 감시소홀 유도·방조 의혹

[경향닷컴 제공]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올해 초 환경부와 노동부,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사현장 방문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환경 보호보다는 공사의 진척에만 신경을 썼다는 증거로,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등이 이 같은 국토부의 요청에 따른 감시 소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7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월21일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 ‘4대강살리기사업 공사현장 지도점검 등 방문 최소화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수신자는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국토환경정책과장, 노동부 안전보건정책과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4대강 공사 관련 부서들이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4대강살리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중앙 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관 업무와 관련하여 4대강 공사현장 지도점검 시행이 예상된다”며 “현장 방문 시 방문 현장을 중복되지 않게 적절히 배분하는 등 현장점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가 다른 기관의 4대강 사업 감시로 공사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공문을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환경부나 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현장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금강 6공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공사 현장에 국토부 직원은 매일 보이는데 환경부나 노동부 직원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4대강 공사 감시를 위해 보 한 개당 국장급 공무원 1명이 책임지는 ‘1인1보 책임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 이후 일부 구간에서 단양쑥부쟁이·꾸구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또 이달 초 낙동강 33공구 현장에서 덤프트럭 운전기사 지모씨(56)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리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홍 의원은 “국토부 공문은 환경부 등의 기능 정지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도점검 최소화’가 아니라 ‘환경피해 최소화’를 위한 치밀한 대책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양한 부서가 제각기 현장을 방문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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