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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허지웅 “고길동, 둘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이웃”

김미경 기자I 2022.08.23 16:24:37

2년 만에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펴내
6번째 저서로, 관통하는 주제는 ‘이웃’
나 역시 최소한의 이웃 모색 위한 분투기
“최소한이 없다면 우리 사회 허물어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 방도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전쟁 장기화로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진 요즘, 허지웅 작가가 자주 곱씹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2년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사회는 더욱 각박해졌다는 게 허 작가의 진단이다.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이 최근 이웃의 자격을 묻는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김영사)을 들고 왔다. 관통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 공동체의 이웃’이다. 그의 여섯 번째 책이다.

‘최소한의 이웃’은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허 작가가 청년 시절부터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을 앓으며 천착해온 질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시기부터 최근까지 2년여간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 단상들을 글로 묶었다.

2년 만에 신간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김영사)으로 돌아온 허지웅 작가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영사 제공),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이웃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말한 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참된 이웃의) 이상향에는 도달할 수 없다”며서 ‘최소한의 이웃’을 강조했다.

“이웃 없이는 내가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이웃으로 같이 산다는 건 또한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최소한’이란 단어로 잡았습니다. 더불어 살아갈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해 그 하나하나를 주제로 삼고 썼습니다.”

그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고길동’을 언급하며 “고길동은 이웃에 대한 인류애가 있다. 둘리를 내쫓진 않고 품어준다. 고길동이야말로 둘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이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허지웅은 “‘최소한’이 없다면 위기가 왔을 때 우리 사회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며 “‘최소한의 무엇’으로서 함께 소통하고, 기능해야만 사회도, 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책은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를 키워드로 총 6부, 154편에 걸쳐 더불어 살기 위한 가치를 되짚는다. 허지웅은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력”이 있다면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분란이 분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혈액암 투병 당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허 작가는 지난 2018년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8개월간 투병했다. 그는 “어느 시점까지는 내가 살지 몰랐다”며 “‘뭘 남겨야 하지’라는 고민 속에 치열하게 여러 가지를 했다. 이전 책도 그런 과정에서 썼다. 그런데 내가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면서 가졌던 생각이나 삶이 있고, 그런 것들이 새 책에는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는 “글 쓰는 사람에게 독자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다”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동굴 밖으로 나왔는데 또다시 동굴을 만난 사람, 겨우 일어났는데 이전보다 더 세게 자빠진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며 “막연한 희망이 아닌 마음의 평정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돈이나 부동산 말고 무엇을 내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고, 그 아이들이 그것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들 때 이 책이 가이드가 될 수 있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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