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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에도 강남 재건축 '나홀로 호황'

양희동 기자I 2013.08.26 16:05:25

개포·잠실 "없어서 못팝니다"… 중개업소별 월 5~10건 매매
집값 두달새 5000만~1억원 올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이달에만 벌써 9건이나 매매를 성사시켰습니다. 팔겠다는 집주인보다 사겠다는 손님이 더 많아요.”(서울 잠실동 K공인 관계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이 심상찮다. 매물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가격도 한달 새 4000만~5000만원 오른 단지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말 취득세 한시 감면 조치가 끝나면서 거래가 절벽 현상을 겪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과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등이다.

▲거래시장 침체 속에서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강남권 주요 단지의 매매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일대. <제공:국토지리정보원>
◇잠실 주공5단지 가격 상승 탄력

26일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형은 현재 평균 시세가 10억6000만원 선으로 지난 6월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이 아파트는 4·1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지난 5월 시세가 10억7000만원까지 뛰었다가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6월 한달 새 9억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끝난 재건축 추진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가격이 반등하면서 두 달만에 5월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잠실동 G공인 관계자는 “추진위원장 선출을 두고 지난해부터 1년 넘게 내홍을 겪었다”며 “하지만 새 위원장이 선출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공개되자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신천동 D공인 관계자도 “잠실주공5단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이 달에만 5~10건씩 매매가 이뤄지는 등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속속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 측은 오는 10월 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연내에 조합 설립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총 1만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인 개포 주공아파트도 이달 들어 중개업소별로 2~3건씩 매매가 이뤄지며 강남 재건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초 8억9000만원선이던 전용 51㎡형의 시세가 한달여만에 9억4000만원으로 5000만원이나 뛰었다. 나머지 주택형도 평균 2000만~3000만원씩 가격이 올라 올해 고점이었던 6월 수준에 근접했다. 개포동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6월 이후 집값 오름세가 꺾이는 듯했던 개포 주공아파트가 이달부터 단지별로 건축심의 신청에 들어가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주공2·3단지와 시영아파트 등이 심의 신청을 마쳤고, 가장 규모가 큰 주공1단지도 다음달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라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평균 시세 추이. <자료:각 지역 중개업소·단위:억원>
◇고덕주공·과천주공도 집값 반등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었던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와 경기도 과천시 주공7-2단지는 그동안 고집해오던 ‘지분제’ 방식을 버리고 ‘도급제’를 수용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덕분에 거래가 살아나고 집값도 반등하는 양상이다. 시공사가 미분양 리스크를 조합과 함께 지는 지분제는 건설사들이 재건축 참여를 꺼려 사업 진행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고덕주공2단지는 도급제 수용으로 지난달 초 총회에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에코사업단’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답보상태였던 재건축사업이 시공사 선정으로 탄력을 받자 시세도 뜀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전용 48㎡형은 6월말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4억8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고점이었던 5월의 4억9000만원 선까지 바짝 따라붙은 것이다. 고덕동 B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만 간간히 팔리던 것이 시공사 선정 이후 중개업소 별로 2~3건씩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부르는 가격)를 올리고 있어 매수자들이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과천주공7-2단지도 지난 19일 현장설명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건설업계 ‘빅3’는 물론 GS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 등 10위권 대형사와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까지 참여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지난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 아파트는 오는 10월께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재건축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 아파트 전용 47㎡형 평균 매매가는 한달 보름새 5000만원 가량 올랐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들의 시세가 들썩이고 있지만 집값 상승이 강남권 전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외 경기 상황과 재건축 추진 동향 등을 지켜보면서 장기적 시각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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