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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과 비밀 회담…"홍해서 후티 공격 막아달라"

방성훈 기자I 2024.03.14 12:58:18

1월 오만서 핵협상 재개 계기 비밀 회담 개최
"홍해서 상선 공격 중단토록 후티에 영향력 행사" 촉구
이란 "정신적 영향력만 있어 명령은 불가능해" 주장
미군 사망후 친이란 세력 도발 '뚝'…"이란 압박 증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이란과 비밀 회담을 시작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월 오만에서 진행한 이란과의 핵협상을 계기로 별도의 비공개 회담을 개최하고, 후티 반군이 민간 상선 공격을 중단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이란에 요청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으로부터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으로 사실상 홍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핵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확전 우려가 확산했는데, 미국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밀 회담은 핵협상과 마찬가지로 오만이 양측 대표 간 의견을 중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대표단은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담당 고문과 에이브럼 페일리 이란 특사가 이끌었고, 이란에선 최고 핵협상가인 알리 바게리 카니 외교 차관이 대표로 나섰다. 양측은 2월 2차 협상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맥거크 고문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로 참여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많다”며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이란과 관련해 발생하는 광범위한 위협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란이 (그러한 위협을) 확대하는 것을 멈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후티 반군이 독립적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요청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란 정부의 한 관리는 “이란은 후티 반군에 일종의 정신적(정치적) 영향력만을 갖고 있다. 후티 반군에 지시(명령)를 내릴 수는 없다”면서도 “협상이나 대화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7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엔 이란이 먼저 미국과 긴장을 완화하려고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격 배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력 경고하자, 이란은 시리아에 있던 정예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즉각 철수시켰다.

나아가 미국의 보복 공격이 이뤄진 뒤 지난달 4일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리들은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이란의 억지 노력으로 추가적인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역시 확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아울러 이란이 스스로의 주장과 달리 후티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FT는 “미 관리들은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선 군사 행동만으론 부족하고, 궁극적으로 이란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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