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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장벽쌓자" '킹메이커' 배넌, 사기 혐의로 체포

김보겸 기자I 2020.08.21 12:23:41

호화요트 타고 있다 체포…공범 3명도 붙잡혀
"미국-멕시코 장벽 세우자" 모금한 뒤 꿀꺽
측근 체포 소식에…트럼프 "오랫동안 못 봤다"

트럼프의 ‘킹메이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보좌관이 국경장벽 모금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보좌관이 모금 사기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장벽을 쌓자며 돈을 모은 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는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20일(현지시간) 미 연방 뉴욕 남부검찰이 배넌 전 보좌관과 공범 3명을 금융사기와 돈세탁 혐의 모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 온라인에서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는 이름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전반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미 의회가 거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수십만 명의 기부자들로부터 2500만 달러(한화 약 296억275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 배넌 등 5명은 이 중 135만 달러(한화 약 15억9988만원) 이상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뉴욕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여행과 호텔 숙박비, 고급 승용차와 성형수술 등에 모금한 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범죄를 숨기기 위해 비영리기구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송금하고 가짜 영수증으로 위장했다고 본다.

배넌 전 보좌관은 이날 오전 7시15분쯤 코네티컷주 웨스트브룩 해변에서 친구인 중국 억만장자 궈원궈이의 호화 요트에 타고 있다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후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한때 측근이었던 배넌 전 보좌관의 체포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매우 오랫동안 상대하지 않았다”며 배넌 전 보좌관의 모금 활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넌 전 보좌관이 사적으로 국경 장벽 자금을 모은 데 대해서는 “나는 그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과시 목적에서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넌 전 보좌관은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 ‘브레이브바트’ 공동 창립자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때 트럼프 캠프를 총괄하며 백인 우월주의와 반이민 등을 내세워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일대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배넌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과의 갈등으로 7개월 만인 2017년 8월 백악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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