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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EU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저감 내세운 新 무역장벽"

신중섭 기자I 2021.07.20 11:00:30

전경련, 내국민대우 원칙 등 국제통상법 위배 지적
간접적으로 수량제한 철폐원칙 위배 가능성도
"시행 시 韓 철강 수출시 최대 3390억 비용 발생"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도입이 ‘내국민대우 원칙’이나 ‘수량제한 철폐원칙’ 등 국제통상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新) 보호무역주의가 우려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와 연대해 대응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CBAM 도입으로 한국 기업의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EU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최대 339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전경련)
“탄소저감 명분 내세운 新무역장벽…국제통상법에도 위배 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일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EU가 탄소누출 방지를 명분으로 역외 생산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따라 CBAM 적용 품목을 EU로 수입하는 자는 오는 2023년부터 연간 수입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대상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 5가지 품목이며, 2026년부터 품목 전면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조치가 탄소저감을 명분으로 한 ‘신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EU CBAM이 명확하게 정립되진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 수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분석해 위배 소지를 검토하고 향후 CBAM 논의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EU CBAM은 동종 상품에 대해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역내 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내국민대우 원칙(GATT 3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전경련 주장이다. 겉으로 보기엔 EU가 이러한 차별 조치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CBAM을 마련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운영 시 위반 소지는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EU와 거의 동일한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운영하고 있는데 원산지를 근거로 우리 수입품에 또 다른 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내국민대우 원칙 위반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접적으로 수량제한 철폐 원칙(GATT 11조) 위배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수입·수출 수량 제한을 하는 것은 아니나, 인증서 구입대금 등에 상응해 우리 기업에 수출단가 인하를 압박하거나 우리 기업 수출물량을 감소시키는 등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전경련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EU에 공동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韓 철강 EU 수출시 최대 3390억원 비용부담…수출물량 감소 우려

전경련은 EU의 조치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업종에서 수출단가 인하 압박이나 수출량 감소 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를 구매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수입업체가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할 수 있어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또 역내 경쟁업체 등에 비해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출물량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적용대상 품목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의 경우, 감면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CBAM 인증서 비용은 연간 최대 33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EU 수입자 입장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새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당국에 수입품목 관련 정보를 보고의무도 추가돼 금전·행정적 부담이 불가피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제품 수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전경련은 EU CBAM이 EU와 같은 탄소가격 적용국은 CBAM 적용을 제외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과 관련, “CBAM이 한국이 EU와 유사한 배출권 거래제(탄소가격 의무적·공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한국의 CBAM 적용 제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현재 한국·EU 모두 배출권 거래제에서 유상할당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CBAM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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