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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딴 소리' 개신교 단체 얼마나 많길래?

김은비 기자I 2020.09.04 11:00:01

개신교 교리 해석에 따라 교단개
사회문제에 연합된 목소리 위해 '연합기관'
진보·보수 성향 따라 대표 연합기관 4개
통합 추진 목소리 있지만 쉽지 않아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온라인 예배 연장이 불가피하다.”vs“대면 예배로 고발당한 교회에 대해 공동대응을 하겠다.”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에 따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것에 대해 지난 2일 개신교 연합기관 두곳에서 잇따라 낸 성명이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한곳은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 다른 한곳은 ‘한교연(한국교회연합)’으로 명칭까지 비슷해 일각에서는 “한 곳에서 입장을 번복한 것인 줄 알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이유 중 하나로 일부 교회가 꼽히면서 개신교계를 향한 대중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신교계에서 연일 입장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몇시간 시차를 두고 전혀 상반된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비슷하더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입장문들도 있어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혼동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원인은 개신교계가 다른 종교와는 달리 수많은 교단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름이 비슷한 한교총과 한교연만 하더라도 한교총은 “소속 모든 교단은 국민 모두가 함께 힘들고 아파하는 이 기간에 이웃과 함께하며,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비대면 예배 연장에 대한 교회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한 반면 한교연은 “당국이 철저히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 교회들까지 일률적으로 비대면 예배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난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한교총, 한교연이 아닌 또 다른 기관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교회 연합기관은 몇개나 되고 각각 어떤 성격들을 가졌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개신교 374개 교단, 신자수 976만명…통합된 목소리 위한 ‘연합기관’

지난해 문화체육 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개신교인은 967만 명으로 나타났다. 그 중 교단은 374개다. 개신교 교단 중 교인수가 가장 많은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로 279만명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가 276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대신)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도 교인수가 각각 140만명과 133만명으로 각각 100만 명이 넘었다.

개신교에 이렇게 많은 교단이 있는 이유는 가톨릭과는 달리 교리를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은 교황과 교황청이 중심인 반면, 개신교는 읽는 이에 따라 성경의 해석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종파가 갈리게 된다.

연합기관은 이런 수많은 교단들의 각기 다른 교리 해석을 떠나 부활절 연합예배, 종교 개혁 기념 사업뿐 아니라 등 사회 문제 전반의 문제에 교계의 통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3일 교계에 따르면 개신교 연합기관은 크게 4곳이 있다. △한국기독교총회(한기총)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다. 대표적으로 4개의 연합기관이 있지만 그 규모와 각 단체의 성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오래된 교계 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에 기독교 연합체가 처음 생긴 건 1924년 현재 교회협의 모체가 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가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창설되면서다. 교회협은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개신교계에서 진보적 성향이 강한 단체다. 1974년에는 협의회 내 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운동, 민주화 운동, 교회 일치 운동 및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면서 다른 기관들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교회협은 현재 9개 교단, 5개 단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일부 가입 교단 중에는 한교총에 같이 소속된 곳도 있어 전체 교인의 절반 정도가 교회협 소속이다. 특이하게 교회협은 회장이 아닌 총무 중심으로 운영된다.

1910년 지금의 신문로 새문안교회 자리에 세워졌던 염정동 ‘벽돌예배당’(사진=새문안교회)
‘전광훈 오명’에 위상 추락한 ‘한국기독교총회’

한기총은 1989년 한국 개신교계의 ‘어른’이었던 고(故)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개신교 내에서 가장 큰 협의체였다. 당시 정부주도의 남북문제를 다변화하기 위해 교회협이 채택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선언”에 대해 보수 교회들이 반발하면서 기독교 보수주의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한기총은 꾸준히 세력을 키워가 2009년 당시 66개 교단, 21개 기관과 단체가 있었다. 당시 개신교계에서는 대표적 진보 연합기관으로는 교회협, 보수 연합기관으로는 한기총이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한기총은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싼 금권선거 시비와 이단 교단의 가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등 주요교단들이 잇따라 이탈했다. 당시 대표회장 당선을 위해 ‘10당 5락(10억 쓰면 당선, 5억 쓰면 낙선)’이 필수라는 관계자들 증언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광훈 목사가 2019년 1월 한기총 회장에 취임하면서 위상이 더욱 떨어졌다. 전 목사는 회장에 오른 후 광화문 집회에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을 하고 교계에서 이단으로 지목받은 인사를 옹호하는 등의 행동으로 전 목사까지 ‘이단’으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21일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재 한기총 회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한기총 인사들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교계 인사들의 간담회 자리에도 한명도 초대받지 못했다. 심지어 개신교 내부에서는 한기총이 여러 문제를 일으킴에 따라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광훈 목사(사진=연합뉴스)
교인 95% 이상의 최대 연합기관 ‘한국교회총회’

한교총은 4대 연합단체 중 가장 늦게 출범했지만 현재 한국 교회의 90% 이상, 교인의 95%가 소속된 가장 큰 연합기관으로 성장했다. 한기총은 연합기관들의 과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교계의 통합을 목표로 지난 2017년 30개 교단으로 출범했다.

한교총은 교회 특히 한기총에서 대표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났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동대표회장 제도를 도입했다. 교단 순번제에 따라 현직 교단 총회장을 1년 동안 공동대표회장으로 추대한다. 현재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은 김태영·류정호·문수석 목사가 맡고 있다.

지난 7월 15일 한국교회총회 상임회장회의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사진=한국교회총회)
코로나에도 “예배 멈춰선 안된다”는 ‘한국교회연합’

한교연은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정부가 내린 비대면 예배 지침에도 대표회장인 권태진 군포제일교회 담임목사가 교단에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지겠다. 생명과 같은 예배 멈추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목을 받았다.

한교연은 지난 2011년 한기총 총회에서 대표회장 인준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대표회장이 직무정지 사태를 겪으면서 한기총에서 탈퇴한 교단을 중심으로 2012년 설립됐다. 이후 보수 교계에서는 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여러차례 협의를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보수 교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2017년 한교총이 생겨났다. 한교총 출범 후 한교총과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기총과 통합을 두고 한국교회교단장회의와 갈등이 빚어지면서 8월 1일로 예정되어 있던 한기연 창립은 미뤄졌다. 또 한기총과 통합도 불발되면서 대부분의 교단들은 한교총으로 이동했고 2018년 일부 교단들이 한교연에 남아있는 상태다.

한교연은 한기총 소속 교단이 나와서 만든 만큼 보수적 성격이 강하다. 한교연은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회장을 맡은 후 한기총과 다시 통합을 추진할 만큼 가깝게 지낸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교연은 한기총과 지난 2월 통합을 논의했다가 2개월여 만인 지난 4월 대화 결렬로 인해 중지했다. 당시 한기총 소속이었다가 이단으로 몰린 변승우 목사의 이단 해제 및 회원권 회복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안건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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