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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도 표트르처럼 땅 되찾는 것"…우크라 침공 정당화

고준혁 기자I 2022.06.10 11:59:45

푸틴, 우크라 침공을 표트르 대제 영토 확장과 동일시
NYT "서방 인정 않는 크림반도 영유권 부각 의도"
"러 서구화한 표트르와 서방 제재받는 푸틴은 달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정 러시아의 초대 황제 표트르 대제와 자신을 비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표트르 대제는 17~18세기에 걸쳐 제정 러시아를 다스린 황제로 서유럽를 모델로 근대화 정책을 취하는 한편, 터키 및 북방 국가들과의 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 전시회에 참석해 표트르 대제가 정복했던 땅은 러시아 것이라며 “그는 땅을 되찾았고 강화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같은 맥락이라며 “되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표트르 대제가 발트 3국 인근의 땅을 정복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를 만들어 수도를 이전한 일은 두고 “(이 당시) 유럽의 어느 나라도 이를 러시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이에 대해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수세기 전에 서방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결국 인정한 것처럼 크림반도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정부도 푸틴 대통령이 표트르 대제와 동급이라는 이미지를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는 “우리가 표트르 대제의 전사들을 기리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듯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군인들에게도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NYT는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 푸틴 대통령과 표트르 대제는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트르 대제는 국가를 근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서방과의 관계를 중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오히려 서방과 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제외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진영과 관계가 틀어져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경제는 개방될 것이고 관심이 없는 국가는 스스로를 강탈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봉쇄는 불가능하며 우리는 우리 주변에 울타리를 세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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