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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유래 돌연변이 찾아

강민구 기자I 2023.05.15 09:49:29

'정크 DNA' 연구로 노화·질환 제어 위한 실마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간 유전체 중 기능이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아 ‘정크 DNA’라고 불리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인체 노화나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에 쓸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주영석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김민정 서울대병원 교수, 권현우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함께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에 따른 사람 대장 상피 세포의 유전체 파괴 현상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진의 모습.(왼쪽부터)주영석 KAIST 교수,권현우 고려대 교수, 김민정 서울대병원 교수.(사진=KAIST)
우리 몸에서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는 인간 종의 진화 과정을 촉진했다고 알려졌다. 사람 개인별로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가 세포 유전체 파괴나 암 등 질병 발생을 촉진하기 때문에 인류 대다수의 L1 점핑 유전자는 불활성화(화석화)된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는 이와 달리 L1 점핑 유전자 일부가 특정 조직에서 활성화되고, 노화 과정에서 유전체 돌연변이를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28명의 개인 피부(섬유아세포), 혈액·대장 상피 조직에서 얻은 총 899개 단일세포의 전장 유전체 서열을 생명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했다.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의 빈도는 세포 종류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다.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에 따라 대장 상피세포의 유전체 돌연변이가 태어나기 전 배아 발생단계부터 평생에 걸쳐 계속 일어났다.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 세포들은 평균 1개 이상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개요.(자료=KAIST)
연구팀은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 기전을 추적하기 위해 DNA와 후성 유전체 서열을 확인했다.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된 세포에서는 후성 유전체가 안정적이지 않아 후성 유전체 변화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장치임을 확인했다. 세포들의 배아발생 과정도 추적해 후성 유전체 불안정성 대부분이 초기 배아 발생과정에 형성됐음을 제시했다.

주영석 교수는 “그동안 규명하기 어려웠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생명현상을 확인한 연구”라며 “DNA 돌연변이가 암이나 질환을 유발하는 세포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 정상 세포의 노화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돌연변이가 계속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대병원, 연세대 의대, 서울시립대, 지놈인사이트 연구자들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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