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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비자가 바라보는 유전자변형식품

이승현 기자I 2014.07.19 16:34:10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2014년 4월 많은 소비자들은 ‘바나나 멸종 위기‘라는 기사를 보고 생물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과일이다. 그러나 바나나는 씨앗이 아닌 꺾꽂이 방식으로 번식되는 식물이다 보니 질병이 발생하면 모두 죽는 단점이 있다.

19세기말까지 단단하고 단맛도 좋은 그로미셀이라는 품종을 먹었지만 ‘파나마병’으로 불리는 곰팡이병으로 사멸되어 지금은 그로미셀보다 맛이 떨어지는 ‘캐번디시’ 가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일품종이 되어 버린 캐번디시마저 곰팡이 병이 번지고 있어 바나나가 멸종될까 우려를 하게 되었다. 바나나처럼 생물다양성이 없는 경우 질병으로부터 구해 낼 방법이 필요하다. 그 중 한가지가 유전자변형이다. 댄 쾨펠은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바나나’에서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변형 바나나 연구를 제시했다.

만일 유전자변형 바나나가 우리나라 시장에 유통된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이 바나나를 사 먹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도리없이 사 먹을지도 모르겠다. 매년 조사되는 ‘GMO 인식도 조사’에서는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절반 이상으로 긍정적 인식보다 강하다. 그러나 2000년 초부터 지금까지 소비자 대상 GMO 교육을 해 오면서 느끼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동안 ‘GMO’에 대해 주로 부정적 측면의 정보에만 노출되었다는 것이고 실제로 ‘GMO’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대상 포커스그룹인터뷰나 인지도조사를 통해 살펴보면 그동안의 GMO 안전성실험에서 실험쥐의 장기 이상 결과는 실험방법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스타링크 옥수수나 미승인 유전자변형 밀은 안전성이 아닌 GMO관리의 문제점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GMO를 원료로 한 간장이나 식용유처럼 최종제품에 GMO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아도 ‘GMO’원료를 사용했음을 표시하고 있는 EU의 GMO 표시제도에 대해서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그러기에 안타까운 것은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최초로 상업화되면서부터 2014년 지금까지 전 세계가 GMO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유전자변형작물 재배는 고사하고 GMO 표시제도조차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기술을 응용한 작물개발이나 이를 이용한 식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GMO에 대한 이해가 달라 현재 ‘GMO 표시확대’가 우리나라의 가장 뜨거운 GMO 이슈가 되고 있다. 애초부터 GMO 표시제는 안전성이 아닌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시행되었다. 그런데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나 연구를 하는 학계나 이를 판매하는 업계나 소비를 해야 하는 소비자가 각각의 입장에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현행 표시제는 간장이나 식용유, 과당, 전분당처럼 최종제품에 GMO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GMO라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표시제가 확대되면 EU처럼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제품은 최종제품에 GMO단백질이 없더라도 표시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콩 자급율은 10%미만이고 옥수수 자급율은 1%미만으로 대부분 콩, 옥수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면에서 우리나라는 EU와 입장이 다르다. 특히 유전자변형 DNA나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최종제품이나 중간원료 단계의 제품은 검사법을 통해 GMO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국내산은 물론 수입식품 관리도 어려워지므로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관리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 콩, 옥수수 생산량이 계속 증가되고 있고 비유전자변형 콩, 옥수수를 수입하기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따라서 EU의 표시제를 따를 경우 간장, 식용유, 전분당과 옥수수과당이 들어간 제2, 제3 가공품까지 유전자변형식품으로 표시가 되어 대부분 가공식품은 유전자변형식품이 될 것이다.

소비자 알 권리는 소비자의 선택성을 넓힐 수 있지만 GMO임을 알았다고 해도 비유전자변형식품의 소비자 선택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표시제 확대’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고 소비자 태도가 바뀔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신기술을 이용한 신 식품이 현재의 과학으로는 해가 없다고 해도 과학기술은 변하기 때문에 향후 위해가 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불안해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은 소비자, 업계, 학계, 정부 모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먹어 온 일반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도 이해를 할 때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향후 황금쌀과 같은 기능성을 가진 다양한 유전자변형식품이 시판되고 바나나를 멸종위기에서 구할 곰팡이 내성 유전자변형 바나나가 시판될 날이 오고 있다.

이에 대응할 평가방법과 기술을 개발시켜 소비자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노력은 전 세계가 함께 해야 하며 우리나라도 10년이 넘도록 되풀이되는 GMO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의 생명공학산업 현황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서 소비자가 균형있게 GMO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GMO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국민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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