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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의 투어텔링]여행도 `공유경제`로 해봐?

김형렬 기자I 2012.08.17 12:30:00
[이데일리 김형렬 컬럼니스트] 세계 경제가 추락하던 그 해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을 주창한다. 물품을 소유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누어 쓰자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행했던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준말) 운동’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경제는 옛날의 물자 절약 소비자 운동과는 다른 차원이다.

386 세대가 기억하는 몽당 연필을 볼펜대에 끼워 사용했던 아껴 쓰기는 물자 부족이나 돈이 없어 가난했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필요악의 운동(?)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공유경제는 세계 최대 경제부국인 미국에서 발흥한 것이라서 흥미롭다.

공유라는 단어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뜻은 자본주의와 대척점에 놓인 말이다. 자본주의는 대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통해 대량생산을 해 대량의 이익을 소수가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반면 공유경제는 적은 수량의 물건을 다수가 함께 사용해 다수가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대기업, 대자본은 시장을 잃기 때문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공유경제는 소비자에게도 매우 다른 경제적 자세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개인이 상품을 소유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본주의가 개인마다 상품을 소유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시스템(식구들이 각각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인 데 반해 공유경제는 개인이 법정스님의 말처럼 ‘무소유’로 가자고 말한다.

공유경제를 지탱하는 데는 매우 중요한 필수요소 두 가지가 있다. 어찌보면 2요소가 공유경제를 옛날의 절약 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으로 구별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첫번째가 ‘신뢰’다. 만약 공유된 물건이 내 소유가 아니라고 마구 사용해 버린다면 참여자들은 그 공유를 지속할 수 있을까. 즉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내 것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는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한다.

둘째는 ‘인터넷’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공유경제가 가능하도록 구현시켜 주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한다. 공유경제가 현재의 시장에서처럼 돈을 내면 상품을 언제든지 구입, 소유할 수 있는 것과 같게 되려면,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가능한 많은 상품이 공유될 수 있는 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할 수 있었기에 공유경제가 한 동네의 바꿔쓰기 운동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새로운 대안 경제로 떠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공유경제의 성공사례가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면 무수히 넘쳐나는 무선인터넷(WiFi)은 통신망의 공유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역시 국제통화마저 공유할 수 있게 해줬다. 인터넷 접속프로그램과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도 공유되고 있다. 필자도 이 원고를 상업용 워드프로세스가 아니라 구글의 문서도구로 작성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한다.

‘휴식’과 ‘여행’은 어떻게 공유되고 있을까. 2명의 디자이너와 1명의 개발자가 시작한 에어비앤비(airbnb.com)라는 우리집 빈방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회사 가치 1조가 되었고,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힐튼의 하루 거래량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국내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두 개(kozaza.com, bnbhero.com)나 생겨났다.

해외여행이란 일상과 다른 것을 체험하기인 데 다른 나라 사람의 집에서 묵어보는 것만큼 더 좋은 경험은 없을 것이다. 파리 루브루 박물관의 가이드가 필요할 때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미대생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이리얼트립(myrealtrip.com)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동차가 필요하면 미국에서는 짚카(zipcar.com)가, 한국에서는 그린카(greencar.co.kr)가 제공한다.

공유경제는 상상 이상으로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일찌감치 백신 프로그램을 공유한 어떤 이(?)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까지 떠올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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