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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고 '신사동 가자'고 하면 나는 어디로[땅의 이름은]

전재욱 기자I 2024.01.20 13:30:00

서울에만 세 곳있는 신사동..강남구, 은평구, 관악구
일제가 붙이고, 구전 따르고, 행정 편의상 탄생한 세쌍둥이
마포구와 양천구 신정동도 같은 이름 다른 지역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에는 신사동이 세 곳이다. 강남구 신사동(新沙洞)과 은평구 신사동(新寺洞), 그리고 관악구 신사동(新士洞)이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사진=한국관광공사)
강남구 신사동은 신촌(新村)과 사평리(沙平里)에서 각각 ‘신’(새)과 ‘사’를 따와서 지었다. 신촌의 우리말은 새말이었다. 신사동은 한강나루까지 이어지는 나루터를 낀 교통 요충지였다. 이 지역 이름이 새말이어서, 새말나루(터)라고 이름 붙었다. 나루터 근처는 접안이 쉽도록 평평한 땅이었는데, 그래서 근처에는 ‘모래펄’이라는 마을도 있었다.

일제는 1914년 새말을 신촌으로, 모래펄을 사평리로 고쳤다. 그리고 마을을 통합해 신사라고 불렀다.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 신사동에서, 지하철 9호선 사평역(砂平驛)은 사평대로(砂平大路)에서 각각 유래했다. 한자를 달리 쓰지만 지역의 옛지명 모래펄에서 비롯했다.

은평구 신사동은 새로 지은 사찰(새절)이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었다. 이 지역에 있는 6호선 새절역도 새절에서 유래했다. 조선 시대부터 전해오는 이름이지만 유래는 사라진 상태다. 은평구에 따르면, ‘새절은 언제 어느 장소에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한다.

관악구 신사동은 2008년 생긴 이름이다. 관악구가 27개에 이르던 동을 21개로 통합하고 6개 동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신림4동’을 신사동으로 부르기로 했다. 신림과 봉천에 숫자를 붙여 기계적으로 나열해 부르던 것을 지역 고유 특성에 맞춰 새로 지은 결과였다. ‘기존 명칭인 신림4동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 신사동이라 선정’했다는 게 관악구 설명이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다른 지역에 각각 위치한 또 다른 곳이 마포구와 양천구에 있는 신정동이다.

마포구 신정동(新井洞)은 ‘새우물’을 뜻하는 데에서 유래했다. 다만 새우물(신정)은 사라져서 어디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한다. 지금의 서강대교 북단에는 서강나루를 통해 들어오는 선박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조선 시대 관청이 있었는데, 강변북로가 들어서면서 관청이 헐렸고 과정에서 새우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천구 신정동(新亭洞)은 이 지역에 있던 오랜 마을 신트리(新機·신정3동)와 은행정(銀杏亭·신정4동)에서 신과 정을 따서 지었다. 신트리 지명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처음으로 틀을 잡고 형성한 마을’이라는 정도로 유추된다. 은행정은 동네에 있던 천주교회 옆에 은행나무 정자가 있어서 이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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