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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 직불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가

논설 위원I 2017.02.23 06:00:00
정부가 쌀 생산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쌀 변동직불금이 올해 1조 49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작년(7257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으로 2005년 이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변동직불금은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쌀 공급량은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소비는 위축되면서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인지 우려가 크다.

쌀 공급과잉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계화와 재배기술 향상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420만t에 육박하는 등 4년째 대풍을 이어갔다. 연간 적정 수요량보다 25만t가량 초과하는 수준이다. 반면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데다 그 추세도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0년 72.8㎏에서 지난해 61.9㎏으로 줄었다. 1980년(132.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쌀이 남아돌면서 쌀값이 떨어지고 직불금은 증가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의 비닐하우스 논에서 ‘임금님표 이천쌀 첫 모내기’행사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쌀 직불금 제도는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 해결책이 못 된다. 일본은 이미 2014년 변동직불금 제도를 폐지했다. 정부 지원이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공급 과잉인 벼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요인이라는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 과격한 농민들은 풍년으로 쌀값이 떨어지면 논을 갈아엎거나 트랙터를 몰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곤 한다. 그러면 정부는 수매량을 늘리고 국회는 예산을 증액한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무작정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쌀 수매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막기가 힘든 현실에서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다. 절대농지를 해제해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거나 농지에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심어도 보상금을 주는 ‘생산 조정제’를 도입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직불제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손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농민 편만 들 게 아니라 농정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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