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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농부만 땅 살수 있게"…투기 차단 농지법 개편 급물살

이명철 기자I 2021.03.17 06:30:00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분과 구성 농식품부 등과 협의
“영농경력 허위 여부 판단…진흥지역 주말농장 제외”
“농지관리기구·특사경 도입해 농지 정보 파악·관리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가능했던 이유로 허술한 농지법이 지목돼 관련 제도 개선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정 기간 영농 활동이 있어야지만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받도록 하고 농지관리기구와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는 등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지난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H 사태 일파만파…경자유전 원칙 훼손 지적

16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신정훈 의원을 비롯해 김정호·위성곤·이원택·주철현 의원은 오는 17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과 함께 농지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 토지를 사전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이 산 토지는 대부분 논·밭 등인데 농민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는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농지법에서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후 농취증을 받으면 농지를 매입할 수 있는데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농지가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여당을 중심으로 농지법 개선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LH 사태 이전부터 농지법 개편을 검토해 왔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LH 사태에서 보는 투기적 목적의 농지 취득을 막기 위한 사전·사후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며 “그동안 농지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지난해부터 기초 작업으로 농지원부 개편 작업과 논의도 해왔다”고 설명했다.

농업정책 틀 전환을 목적으로 설립한 농특위는 지난해부터 농지제도개선소분과를 통해 농식품부와 농지법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농특위는 지난 1월 농식품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지 소유 및 이용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를 열고 △실경작자 중심 농지 소유·이용 체계 구축 △농지 관리체계 강화 및 민간 참여 확대 △농지 정보 관리 시스템 질적 개선 및 서비스 확대 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주제 발표를 맡은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소분과장은 LH 사태를 계기로 농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 소분과장은 “현행법상으로는 (LH 일부 직원들이) 법령에 맞게 행동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어떻게 보완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농업인 규제 강화 등 개정안 제출 이어질 듯

농특위는 농지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규제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농취증 자격 발급 대상을 2년 이상 영농 활동 경력자로 제한하거나 농지 소유 자격의 예외 조건(1000㎡ 미만 농지 등)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소분과장은 “지금도 영농계획서에 영농활동을 기재하지만 법적 판단 사항은 아니다”라며 “일정 기간 영농 경력을 기준으로 삼고 허위 여부까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는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취득을 제한하고 투기 목적의 부정 취득이 많은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소유 요건 강화도 필요하다.

농지 이용 실태 조사에서 적발된 농지는 처분 등 조치를 받는데 이때 성실경작계획서 제출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통해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농특위는 주장했다. 실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안 짓고 있으면 농지 매각 명령을 내리고 5년 이내 20%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고 불법 임대차를 벌이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우량 농지를 전업농·청년농·농어촌공사 등에 매각할 때 혜택을 더 주는 등 차등화를 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농지 정보 파악과 관리를 위한 농지관리기구와 농지특사경 제도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LH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 농지위원회를 구축키로 했지만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소분과장은 “지자체 차원이 아닌 더 광범위한 형태에 전문 관리기구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사경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인력과 지자체 전문가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지법 개편을 위한 의원들의 개정안 제출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정훈 의원실 관계자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농지법 개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토론회 결과를 잘 반영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H發 `신도시 땅투기 의혹`

-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3기신도시 분양가 불만 쇄도 - LH, 비상경영회의 개최…“하반기 경영혁신 본격화” - 국토부 “3기신도시, 보상 차질 없어…청약 계획대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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