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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맘충'을 위한 변명

김정민 기자I 2017.09.25 06:00:00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과천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사건이 논란이 됐다. 한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은 이렇다.

유치원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 여러 명을 동반한 일행이 식당을 찾았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놀다 종업원과 부딧쳐 찌개그릇이 엎어졌고
하필 그 그릇이 다른 손님 옷에 쏟아졌다. 날벼락을 맞은 손님은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들이 뛰어놀다 보면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니냐. 세탁비를 물어주면 될 것 아니냐”며 미안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이 엽기다. 부모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나 피해 손님이 뜨거운 찌개를 아이 얼굴에 쏟아부었다. 아이는 병원에 실려가고 경찰이 달려와 두 일행을 모두 연행해 갔다는 게 목격담의 끝이다. (이 사연은 주작(做作)으로 판명났다고 한다.)

이 사연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아이에게 보복한 것은 잘못했지만 식당에서 아이가 뛰어놀게 방치한 부모가 더 문제라는 글이 적지 않다. 심지어 아이와 부모를 도매금으로 묶어 욕하는 글도 있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면 부모들도 난처하다. 아무리 훈육을 한다고 해도 아직 어린 아이가 조용히 앉아 밥만 먹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부모들이 멀고 비싸고, 메뉴가 내키지 않아도 놀이방이 있는 식당을 선호하는 이유다.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가족들을 데리고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불꽃축제에 간 적이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이동하던 와중에 여러번 핀잔을 들었다. ‘사람 많은 곳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어쩌자냐는 거냐’는 손가락질이다. 그 후로 서울불꽃축제는 우리 가족과는 관계없는 행사가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크자 이제는 아이들이 불꽃축제를 시큰둥해 한다.

최근들이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늘고 있다. 업소 주인들은 아이들이 있으면 소란스러워 다른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를 댄다. 아예 금지하지는 않더라도 연령이나 인원을 제한한다. 유모차 반입을 금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캐나다에선 노키즈존이 불법이다. 부모는 아이를 철저히 훈육하고 그만큼 식당 등에서도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한다.

핀라드에선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는 대중교통이 무료다. 대형건물에는 유모차 전용 주차장이 있고 박물관 같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는 입장료 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도 무료인 키즈카페가 있다.

이들 나라에선 작은 곳 하나에도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건물의 문에는 손잡이가 두 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손잡이를 하나 더 달아놓는 게 당연한 일이다. 부모들은 “나라와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일을 존중해 주고 배려해 준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 것’.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그 책임을 오롯이 부모에게, 엄마에게 지우는 것은 잘못이다. 공공장소에서 마음껏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나라가 육아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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