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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만 해주세요…우유팩이 고급종이로 바뀝니다”

노희준 기자I 2024.03.18 07:11:00

유인종 한솔제지 인쇄용지 국내영업 담당 인터뷰
재활용비율 최저 오명 우유팩→고급 인쇄용지 탈바꿈 성공
PE필름 벗겨 내는 기술·공정 완성…“분리수거 관심 커져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제품 중 재활용률이 제일 떨어지는 게 있다. 바로 우유팩이다. 통상 분리수거 할 때 종이류로 분류해 버리지만 대부분 소각된다. 국내 소비 우유팩은 연간 8만t 수준이지만 그 중 재활용되는 우유팩 비중은 14%(2022년)에 그친다. 전체 종이제품 88%가 재활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유인종 한솔제지 인쇄용지 국내영업 담당 (사진=한솔제지)
유인종 한솔제지 국내영업담당은 최근 서울 중구 한솔제지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일반 우유팩과 멸균팩이 혼재돼 버려지다보니 별도 분리 작업과 세척단계를 거쳐야 해 수거업체가 수거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실제 수거된 우유팩 양면에 붙어있는 필름(PE, 폴리에틸렌)을 완벽하게 제거해야만 하는데 이것도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멸균팩은 두유와 유통기한이 몇 달씩 되는 수입 우유를 담는 데 쓰는 용기로 종이 사이에 얇은 알루미늄이 들어가 있어 일반 우유팩보다 재활용이 더 까다롭다. 우유팩을 재활용하려면 우선 종이와 멸균팩을 걸러내야 한다. 또 우유팩은 내용물 변질을 막기 위해 수분과 탄소를 차단해야 한다. 우유팩 종이 양면에 필름을 씌우는 이유다. PE 필름이 종이제품에 남으면 인쇄과정에서 잉크가 스며들지 않는 등 품질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한솔제지는 우유팩 PE 필름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기술 및 공정개발에 성공했다. 또 전국을 샅샅이 수배해 영남지방의 한곳에서 수거업체를 찾아냈다.

유 담당은 “지난해 재활용 설비에 7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잔여 PE필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 및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수거한 우유팩을 원료로 재활용한 고급 인쇄용지 ‘Hi-Q 밀키매트’를 내놨다. 색상과 광택이 기존 종이 제품과 동등해 자동차 등 기업 홍보물 및 인쇄물에 적합하다. 우유팩을 재활용해 ‘고급 인쇄용지’가 나온 것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우유팩은 재생 화장지와 두유 포장용 박스로만 재사용됐다.

유 담당은 “국내는 종이 원재료인 펄프를 90% 이상 수입하는 실정이라 원가경쟁력 제고 및 친환경 경영 실천을 위해 재생 제품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PE 제거 기술 등 제지회사가 기술력은 확보한 상황이다. 우유팩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주고 수거양만 충분히 확보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한솔제지는 안정적인 우유팩 확보를 위해 지난 1월 서울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우유팩을 재활용키로 했다.

유 담당은 “변형과 인쇄뿐만 아니라 100% 생분해 되는 종이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소재”라며 “나무를 벤다는 인식 때문에 종이가 친환경과 대척점에 있는 걸로 잘못 생각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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