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S 홈 경기에 모두 출석했던 정 구단주는 이날도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 팬들의 성원 등 모든 것이 오늘의 우리를 이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수단에 헹가래를 받는 사진을 올리며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고 적었다.
|
SSG의 완벽한 우승은 투자의 결실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팀 간판을 SSG로 바꿨다. 이후 정 구단주의 광폭 행보는 시작됐다. 창단 첫해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를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에 영입하며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당장 결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막차티켓 경쟁을 했으나 리그 6위(66승14무64패)에 그치며 5강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2년 차 지원은 오히려 과감해졌다. 비시즌 전력 구성에 쓴 금액만 총 331억원에 육박했다. 예비 FA 신분이던 박종훈, 한유섬, 문승원 등과는 각각 5년 총액 65억원, 60억원, 55억원에 사인하며 새로운 다년 계약의 길을 열었다. 추신수와는 지난해와 같은 27억원에 재계약했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의 친정 복귀는 결정적이었다. 당시 MLB 잔류를 고민하던 김광현을 4년 총액 151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으로 예우해 마음을 돌렸다.
팀 사기 진작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인수 직후 선수단의 소속감을 고취하고자 1,2군 전체 신세계그룹 사원증과 명함을 제작한 일, 자체적으로 ‘용진이형 상’을 만들어 수훈선수의 선물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간판타자인 최정이 통산 400홈런을 기록했을 때는 순금 60돈 메달로 축하하기도 했다.
올해는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선수단이 주로 이용하는 설비를 대폭 개선하는 데 총 40억 원을 들였다. 원정 시 저연차 선수들이 ‘2인 1실’로 숙소를 사용하는 타 팀과는 달리 SSG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1인 1실’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SSG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도 이런 변화에서 비롯된 경기력 향상 효과를 긍정하고 있다. 모두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다. 더 바랄 게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
SSG와의 계약 마지막 해였던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은 KS가 한창일 때 공식화됐다. 정 구단주는 지난 7일 5차전을 앞두고 방문한 인천 홈에서 이를 최종 재가했다. 계약 조건도 정해지지 않은 이례적인 결단이었다. 류선규 SSG 단장은 “최근 우승을 못하면 감독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야구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는 우리 선수단에 영향이 있을 거로 생각했고,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SSG 우세조차 점치지 못할 시점이었다. 특히 직전 경기였던 4차전 유리한 대진 속 키움 임시 선발에 압도돼 3-6 패배를 당한 만큼, 팀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구단주의 신임을 받은 김 감독 아래 하나 된 선수단은 우승만을 바라보며 기세를 올렸다. 막판 홈런 두 방으로 끝내기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5차전부터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이 마무리한 6차전까지 2연승을 내달리며 단숨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로 내려온 정 구단주는 벌겋게 상기된 채 연신 눈물을 훔쳤고,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그에게 포옹을 청했다. 홈 구장을 가득 메운 2만2500명의 만원 관중은 ‘정용진’을 연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