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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번 나온다는 포수 신인왕' 도전하는 키움 김동헌

이석무 기자I 2023.07.28 14:07:00
키움히어로즈 신인포수 김동헌.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에서 포수는 신인이 가장 주목받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포수는 단순히 투수의 공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 투수가 공을 잘 던질 수 있도록 기술적, 멘탈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동시에 수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춰야 한다.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를 버틸 체력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1군 포수가 되려면 최소 4~5년, 길면 10년 정도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는 것이 현장 지도자 말이다.

역대 신인왕 수상자를 놓고 보더라도 신인 포수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다. 1983년부터 2022년까지 역대 신인왕 수상자 40명 가운데 포수는 단 3명 뿐이다. 1990년 김동수(당시 LG), 1999년 홍성흔(당시 두산), 2010년 양의지(두산)가 전부다. 10년에 한 명 정도 주목받는 신인포수가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양의지 이후 명맥이 끊겼던 포수 신인왕에 도전하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키움히어로즈 고졸신인 김동헌(19)이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김동헌은 프로 첫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7일 경기까지 기준으로 62경기에 나와 타율 .240 1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신인타자 가운데 문현빈(한화·78경기), 김민석(롯데·76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경기 수다. 지난 25일 한화이글스와 홈경기에선 프로 데뷔 첫 홈런도 터뜨렸다.

물론 기록적인 면에선 다른 주전급 신인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을 감안할 때 20살도 안된 김동헌이 이런 활약을 펼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안정된 수비와 투수 리드 능력을 갖췄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포용력이 있고 파이팅과 에너지가 넘쳐 선배 투수들이 좋아한다”고 김동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헌은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아시안게임 대표에 신인이 뽑힌 것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투수 류현진 이후 16년 만이었다.

충암고 재학 시절 고교 최고 포수로 인정받았던 김동헌이지만 프로에 오자마자 이렇게 바로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그래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동헌은 “감독님이 출전 기회를 계속 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동헌의 멘토는 팀 대선배인 이지영이다. 이지영은 수비형 포수의 대명사다. 양의지나 강민호(삼성) 같은 화끈한 타격 능력은 없지만 안정된 수비와 차분한 투수 리드가 일품이다. 37살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올해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지영과 함께 한다는 것은 김동헌의 포수 인생에서 큰 행운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지영을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묻고 조언을 구한다. 이지영도 18살이나 어린 후배가 찾아오면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한다.

김동헌은 “한번은 (이)지영 선배님이 따로 불러서 포수가 앉는 위치 등 수비적인 부분을 얘기해주셨다”며 “그 부분에 대해 저도 공감했고 집에 들어가 그 장면을 계속 돌려보면서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프로에 오기 전부터 지영 선배님이 롤모델이었는데 함께 야구를 하면서 더 존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헌은 아직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겸손하게 매 순간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그는 “포수는 시간이 필요한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실패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많은 경험을 쌓고 깨달아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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