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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샹들리에, 거대 풍차…눈·귀 즐거운 '자본주의 뮤지컬'

장병호 기자I 2022.12.29 06:25:00

[리뷰]뮤지컬 '물랑루즈!'
1899년 파리 클럽 분위기 고스란히
퀸·마돈나 노래 등 절묘하게 섞어
여주인공, 영화보다 주체적으로 묘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자본주의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거예요.”

뮤지컬배우 아이비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쇼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는 뮤지컬 ‘물랑루즈!’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렸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이번이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사진=CJ ENM)
공연 시작 전부터 쇼 뮤지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은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으로 인산인해다. 공연장 내부 또한 ‘인스타그램 맛집’이다.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 무대 양옆에 설치된 거대 코끼리와 풍차 모형이 시선을 압도한다. 블루스퀘어란 말이 무색하게 만드는 붉은 조명에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들린다.

작품은 1899년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한다. 클럽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가난한 작곡가 크리스티안, 그리고 사틴을 소유하려는 몬로스 공작의 삼각 로맨스가 펼쳐진다. 원작 영화 속 클럽을 고스란히 옮긴 무대와 의상, 조명이 170분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물랑루즈!’의 묘미는 음악이다. 70여 곡의 노래를 매시업(mash up, 두 가지 이상의 노래를 합쳐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것)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이빗 보위, 퀸, 유투, 마돈나 등 원작 영화에 등장한 가수들의 노래는 물론, 비욘세, 아델, 리한나, 시아 등 최신 팝스타들의 히트곡까지 절묘하게 등장한다. 악동 이미지의 록 밴드 롤링 스톤즈의 음악을 엮어 만든 몬로스 공작의 테마곡 ‘심파시 포 더 듀크’,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탱고 스타일로 편곡한 ‘벡스테이지 로맨스’, 날스 바클리와 아델의 노래로 크리스티안의 고뇌를 표현한 ‘크레이지 / 롤링’ 등이 공연 내내 귓가를 맴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각색도 눈에 띈다. 사틴이 영화보다 주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 점이 그렇다. 작품 후반부로 접어들면 사틴은 삼각 로맨스 속에서 직접 결정을 내리며 당돌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진실, 아름다움, 자유, 그리고 사랑을 찬미하는 작품의 주제 또한 원작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영화를 무대로 훌륭하게 옮긴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이라 할 만하다.

배우 홍광호·이충주가 크리스티안 역, 아이비·김지우가 사틴 역, 손준호·이창용이 몬로스 공작 역에 캐스팅됐다. 물랑루즈의 운영자 지들러 역은 김용수·이정열이 맡는다. 이들 외에도 최호중·저원영·심새인·심건우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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