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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소주잔이 찬밥 신세다. 대신 각지거나 둥근 얼음을 넣은 언더락 잔이 애주가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대중술 ‘소주’가 고급화 하면서 바뀐 풍경이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광주요 ‘화요’, 롯데주류 ‘대장부’, 국순당 ‘려’…. 목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며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이 줄을 이으면서 증류식 소주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가 실적 악화로 울상이지만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증류식 소주는 쌀이나 옥수수, 고구마 등 곡물을 발효, 숙성시켜 만든다.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넣고 알코올 도수를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끔 희석시켜 만든 희석식 소주와는 제조 방법이 다르다.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약 200억원 규모로, 전체 소주 시장(2조원)의 1%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판매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증류식 소주 업계의 양대 축인 하이트진로와 광주요의 매출을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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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지난 5년 새 급성장하다 보니 ‘숙성원액’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쌀을 발효하고 증류한 원액을 옹기나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서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간 숙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급조절 실패 시 숙성원액을 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 중에서도 오크통에 넣어 오랜 기간 숙성하는 최고급 소주는 숙성원액이 한정돼 있어 수요가 급증해 원액이 바닥나면 다시 숙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딱 그런 상황이다. 숙성원액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부터 마트에서 판매하던 가정용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작년 추석에 내놨던 명절 선물세트도 없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품진로 출시 후 고급 일식집 등에서 중장년층들이 주로 마셨는데 최근에는 강남이나 홍대 등 젊은 층이 모이는 상권까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점점 늘어나는 프리미엄 소주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해 제품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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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통은 미국에서 수입해온다. 새 오크통을 사용할수록 참나무에서 우러나온 바닐린 성분이 원액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진한 황금빛이 나고 바닐라향이 강하게 난다. 오크통은 한 번 숙성 후 내부를 가열한 뒤 재차 쓸 수 있다. 그러나 재사용한 오크통에서 숙성한 원액일수록 색이 연하고 향이 약하다.
이런 숙성원액도 처음에는 쌀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쌀을 씻은 후 고두밥(찐 쌀)으로 만들고 여기에 순수 배양한 미생물을 넣고 배양, 최대 15일간 발효해 감압증류하면 약 45도의 원액이 나온다. 이 원액을 다시 옹기에서 3개월 이상, 오크통에서는 5년 이상 숙성하는 식이다. 감압증류는 압력을 낮춰 낮은 온도에서 끓게하는 증류방식이다. 일반 전통주의 누룩 냄새와 술찌꺼기 탄 냄새 등을 없애고 쓴 맛을 제거해 맑고 깨끗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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