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진섭 "딱딱한 돌 깎아내니 천진미소 나오더라"

김용운 기자I 2014.08.29 06:41:00

돌조각가 한진섭 개인전 '행복한 조각'
가나아트센터 9월17일까지

돌조각가 한진섭이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 ‘행복한 조각’ 전에 출품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가나아트센터).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40년 정도 하니까 이제 돌과 이야기가 된다. 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싶은지, 돌에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작업 전에 돌을 잘 구슬리고 파악한 다음 정확한 지점에 정을 대면 돌이 스스럼없이 깨진다.”

조각가 한진섭(58)이 7년 만에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나오는 따뜻한 소품이 많다. 9월 1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행복한 조각’ 전을 통해서다.

한진섭은 한국을 대표하는 돌조각가로 꼽힌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돌조각에 심취한 작가는 1981년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로 유학을 가 한국인으로 첫 졸업생이 됐다.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지에서 작업을 하며 극사실주의적이고 세밀한 유럽의 조각과는 다른 한국적인 조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돌조각은 인류의 문명과 더불어 몇 천년동안 이어져 왔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보니 이제 웬만한 형상은 다 만들어져 무엇을 해도 비슷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만의 형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내 뿌리를 찾게 됐다.”

한진섭의 작품은 화강암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대상을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해학적인 표정이 깃든 동물이나 순박하고 천진한 사람의 행복한 기운을 새겼다. 혹은 돌 속에 숨어 있던 형상을 끄집어냈다. 눈으로만 볼 뿐 만질 수는 없는 예술품으로서의 돌조각은 경계했다. 앉을 수 있고 움직여볼 수 있는 그의 조각품들은 그렇게 나왔다.

전시작들은 제목 그대로 ‘행복한 조각’들이다. 찡그리거나 고뇌하는 표정이 전혀 없는 50여점을 비롯해 작품모형 200여점 및 경기 안성시의 작업실 한 편을 그대로 옮겨왔다.

“40여년간 돌조각만 해왔다. 조각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작업한다. 그런데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전시 도록의 서문을 쓴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는 “한진섭은 보는 순간 웃음보가 탁 터지는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다”며 “그간의 주제는 크게 인체와 동물이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숫자가 새로운 주제로 떠올랐고, ‘붙이는 석조’라는 새로운 조각기법도 선보였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고 교수의 모습을 새긴 ‘가득한 사랑 II’라는 두상도 나왔다. 고 교수는 한진섭의 반려자다. 02-720-1020.

한진섭 ‘가득한 사랑 II’(2014)(사진=가나아트센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