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29일 이후 9거래일동안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한달 동안 52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개인은 1조6000억원 가까운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매매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은 기관은 6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7% 상승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반도체, 은행, 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를 전체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성격은 업종 구분 없이 국내 증시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김일혁 동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중단기 순매수 기조로 전환하면 최근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순매수 전환에 따른 외국인 주도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장바구니 안에 산타 랠리를 이끌 ‘선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지난달 29일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9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3189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평균 매수가는 144만8548원으로 현재 주가 147만6000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꾸준히 주가를 끌어올리며 매수하는 모습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지속 여부는 세계 경기와 연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매패턴은 OECD 경기선행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 확산지수가 지난 8월을 저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경기선행지수 확산지수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한 국가 수를 전체 국가 수로 나눈 지수다. 통상 OECD경기선행지수를 4개월 가량 선행한다. 연말연초에 OECD경기선행지수가 상승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경기 민감업종이 연말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