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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기 진입? 4월 재인상?…셈법 복잡해진 금리 전망[금통위폴]②

최정희 기자I 2023.02.20 05:48:00

"이제 금리 인상 없다" 9명…쉬었다가 올린다도 1명
美 연준 최종금리 5.5% 전망에 환율 1300원 돌파
환율 1350원 넘으면 한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정부는 '경기 둔화' 공식 선언…中 리오프닝 물가에 '독'
'하반기 금리 인하한다' 전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다음 주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금리 인상기’가 종료될 것으로 봤다. 정부가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 경기 충격 정도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에도 5%대 물가는 계속 되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상단을 5.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인상이나 동결,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어느 한 구석이 딱 들어맞질 않아 찝찝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동결기로 가나…“쉬었다가 한 번 더 간다”도

19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 10명이 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다.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5%대 물가상승률이 6개월째 계속되고,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로 석 달 만에 상승하는 등 아직까지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은 크지 않다.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고 11월 5.0%까지 떨어졌지만, 한은은 오히려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1.7%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높아져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물가는 높은데 경기가 악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신용도가 낮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금리 인상 역시 쉽지 않은 이유다.

2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만장일치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금리 동결을 전망한 10명 중 7명은 “1~2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물가가 단기간 내 목표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아직 서지 않는다”며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 기조 유지하고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2월엔 금리를 동결하지만 4월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의견도 나왔다.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나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2분기에도 금리 인상을 할 경우 한은도 4월께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 최종금리는 5.25~5.5%로 3·5·6월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상승폭이 커질 경우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원화 절하폭이 주요 통화 대비 가팔라지고 환율이 1350원 수준을 상회할 경우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1명 중 6명 “하반기 금리 인하”

그렇다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것은 아니다. 전문가 12명 중 6명은 4분기를 중심으로 하반기 금리 인하를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물가상승률의 빠른 둔화 가능성 등이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배경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더라도 금리 인상 종료기가 다가오고 있어 한은이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 범위인 3%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구조조정이 심화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와 함께 통화완화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가 4분기 한 차례 인하되고 내년까지 중립금리인 2.5%보다 다소 높은 2.75%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경기가 내수 서비스 시장 위주로 회복할 경우 대중 수출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이 세계 2위 대국인 만큼 수요 증가 기대감에 원자재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넉 달 만에 상승 반전했고, 구리·주석 등도 연초 이후 상승세다. 윤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선진국 재화 소비 증가도 제한적이어서 국내 경기의 플러스 요인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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