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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깡통 전세’ 연쇄파탄 사태에 대비해야

논설 위원I 2019.02.11 06:00:00
최근 주택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집값·전셋값의 동반 하락에 따른 ‘전세부채’ 우려가 점차 현실로 대두되고 있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집을 처분해도 그 대금이 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전세’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세시장의 보증금 규모가 대략 75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자칫 사태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경우 경제 흐름에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집값이 떨어짐에 따라 전셋값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과라 여겨진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이후 연속 15주 하락 추세다. 특히 새해 들어서는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다간 2009년 금융위기 직후의 폭락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은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서로 눈치를 살피며 ‘전세부채 폭탄’을 돌리면서 사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는 지경에 처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융자로 인한 부담은 여전하다.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주택을 전세로 내놓은 경우에 있어서는 과거 ‘갭투자’로 집을 사려고 돈을 빌렸으나 이제는 전셋값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은행 창구를 두드려야 하는 신세에 처한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에 투기심리까지 작용해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만큼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그 결과가 주택시장 전반의 불안과 혼란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집값·전셋값의 동반 하락은 앞으로도 당분간 더 이어질 기미다.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정부의 규제가 늦춰질 것으로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전세 거래에 따른 책임이 각 개인에게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당국 차원에서도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 전세난’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면밀히 대처해야 하며 ‘깡통전세’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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