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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의대 증원 유예'..정부 결단 필요하다

김영수 기자I 2024.04.15 0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낸지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의료 공백 사태와 명확히 결부지을 수는 없지만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잇단 안타까운 사망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응급 상황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낸 정부에게 원성이 돌아갈게 뻔하다.

당초 전폭적인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2000명’이라는 파격적인 숫자를 꺼낸 정부로서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단체에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지만 실제 대표성 있는 의사단체와 유의미한 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의사중 40%를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중 일부는 되레 의대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하면서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마저 띄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크게 3개 단체로 나눠진 의사단체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의정협의체 구성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에서 여야, 시민, 환자 등으로 구성된 의료개혁특위를 구성하면서 중재자로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각 의대들이 5월말께 증원 시행 계획과 입시요강을 확정 발표하면 그 이후 모집 유예나 원점 재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완전 백지화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분을 잃은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는 사실상 물건너갈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3개월) 처분을 원칙적으로 강행할 경우 대화 창구는 완전히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가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의료 개혁안에는 의사 인력 확충뿐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한 보상체계 등 그간 우리 의료계가 처한 난맥상을 풀 정책적 목표를 모두 담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주 80시간을 웃도는 전공의에 대한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문제는 의사 인력 확충과 맞물린 개혁 과제라는 점에서 자칫 동력이 상실될 경우 필수의료 패키지는 소위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가 정부의 추진 의지를 의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검토한 바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회 혼란 확대뿐 아니라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로선 더 늦기 전에 1년 유예를 포함한 특단의 돌파구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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