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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실적악화 ‘현실화’…"저성장·저수익 시대 진입"

유재희 기자I 2019.02.11 06:00:00

보험사 '저성장의 늪'
자본규제·경쟁심화·고령화 여파
한화·미래에셋생명 순이익 급감
손보사도 車손해율 악화 직격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국내 보험업계가 실적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침체 장기화, 업계 경쟁심화, 자본규제 및 소비자보호 규제 강화 등으로 본격적인 실적 침체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7364억원으로 전년대비 37.5%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매각 차익(7515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4분기만 보면 554억원 적자로 어닝쇼크 수준이다.

한화생명도 투자손익감소 등의 영향으로 446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대비 35.2% 감소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연결순이익이 1018억원으로 전년대비 53.9%나 급감했다. 지난해 PCA생명보험 인수로 염가매수차익이 인식된 것에 따른 역기저효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신규계약은 감소하는 반면 보험해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 국내 전체 생보사의 지난해 10월말(누적) 기준 초회보험료(보험 신규계약자가 처음 내는 보험료)는 총 4조6930억원으로 전년동월 6조6745억원과 비교해 1조9815억원(29.7%) 급감했다. 반면 같은기간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해지환급금은 18조1104억원에서 21조5292억원으로 3조4188억원(18.9%) 급증했다.

특히나 생보사들은 오는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건전성 개선을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어 당분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손해보험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손보사들은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손해율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탓에 시름이 크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3735억원의 연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9.6% 감소했고 DB손해보험도 19.5% 줄어든 5389억원으로 집계됐다. KB손해보험 역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오른 탓에 전년보다 20.6% 줄어든 262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는 전년대비 39% 급감한 2347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각각 815억원, 4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4.8%, 47%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삼성화재만 양호한 투자수익 덕분에 전년대비 1.8% 증가한 1조73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보험사의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차보험 손해율(손보사)과 부진한 증시 흐름, 장기 금리 하락 기조 등에 따른 변액보증손익 악화(생보사) 등을 고려해 지난해 4분기 및 올해 보험사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보험사 환경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이 저성장·저수익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구구조 변화와 자본규제 강화 등으로 추세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은 과거 고성장·고수익 시대에서 저성장·저수익의 패러다임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특히 IFRS17 등 자본규제 강화와 공적부문의 역할 확대,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으로 보험료 규모 축소와 수익성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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