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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를 위해 예탁시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 소유분의 구분예탁 의무, 해외 주식 매매 중개시 자기계산 계좌와 고객계산 계좌의 구분개설 의무 등에 대해 특례를 부여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개인들의 증시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8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도 규제 정비 방안을 마련해 허용키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주당 가격이 80만원대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LG화학(051910), 엔씨소프트(036570) 등의 주식을 1만원 어치도 살 수 있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매수할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주식 예탁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현행 상법 및 자본시장법 등에선 주식은 1주 단위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소수점 거래로 0.1주나 0.01주를 매매할 경우, 예탁원이 이를 기재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을 근거가 없다.
업계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에선 증권사가 주식을 소유하고 해당 기업의 주주 명부에도 등재된다.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로부터 △유상증자 △주식분할 △배당 등의 재무적 권리를 부여받는 형태다. 예를 들어 A라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테슬라 주식을 B증권사를 통해 0.1주 사면, 테슬라 주주 명부에는 A가 아닌 B증권사가 등재되는 것이다. 해외 주식은 주주권 행사에 대한 요구가 국내보다 적어, 증권사가 주주권 행사를 대행해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도 소수점 거래에 대해 증권사가 주주권 행사를 대행해주고 있지만 권리 행사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국내 주식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등 제도 변화에 민감하고 주주권 행사에도 적극적이라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와 같은 방식을 따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까지 업계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주식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소수점 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국내 주식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면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규제 정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