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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처방전' 효과 떨어져…산업 경쟁력 약화 더 걱정"

김정남 기자I 2019.05.27 07:00:00

KDI와 다른…금융硏의 동결론 주목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본지 통화서
"경기 등락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재정, 4차산업 육성 적극적이어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국내외 경기 둔화에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권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의 동결론이 주목받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단기 대책을 촉구한 것과는 결이 다른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손상호(사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27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두고 왈가왈부 할 건 아니다”면서도 “국내 경기 흐름이 세계 경기보다 조금 더 하강한다거나 조금 더 반등한다거나 해서 (단기적으로) 정책적으로 너무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금융연이 최근 내놓은 경제·금융정책 처방전과 맥이 닿아 있다. 박춘성 금융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통화정책 방향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여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등의 분석을 두고 “(현재 1.75%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단기 부양 대응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 불안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 싱크탱크인 KDI의 정책 제언과는 사뭇 다르다.

손 원장은 “지금 경기 둔화는 세계적인 흐름에 편승하는 측면이 있어서, 단기 부양책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며 “그보다 더 걱정되는 건 산업 경쟁력 저하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정책당국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민간 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는 향후 4년간 잠재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손 원장은 정부 재정정책의 방향도 단기보다 중장기 쪽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정책을 통해 하루아침에 대기업이 확 튀어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따라잡기(catch-up) 단계인데, 재정정책이 가장 필요한 것도 이 분야”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전통 산업을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등을 통해 4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걸 주목해야 한다”며 “그 중에는 사양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도 있을텐데 정부가 선별해 투자를 유발하는데 재정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4차 산업 육성을 민간에만 맡겨놓으면 (실패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가 더 신경을 써서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연의 동결론이 금융권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기조는 금융 안정에 맞춰져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증가율은 2004년 4분기(4.7%) 이후 약 15년 만의 최저다. 그럼에도 당국은 규제 기조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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