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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관세폭탄 터지나…글로벌 무역전쟁 한국차 불똥

김상윤 기자I 2019.02.11 05:00:00

美상무부, 이번주 車보고서 트럼프에 보고
세가지 시나리오 놓고 최종안 조율 들어가
한미FTA 개정 조기타결했지만…예단 어려워
자율차 등 미래車 기술에 관세 부과시 후폭풍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첫번째)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 첫번째)을 만나 한국을 자동차 관세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조사 보고서를 이번주 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입 상품에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한 ‘무역장벽’ 법안이다.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무역협정보다 상위 개념으로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차·부품에 고율 관세(20~25%) 부과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정부가 이 법조항을 근거로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점이다. 주 타깃은 중국과 유럽이지만 자칫 한국 자동차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통상당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방패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래차 기술에 대한 관세부과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美정부 日·EU 압박용 車 관세폭탄 검토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 업계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자동차 수입제한조치에 대해 총 3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철강 관세 부과와 비슷하게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0~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각국마다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속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하면서 이미 미국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의 보복관세를 물리더라도 연간 각각 260만대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한다.

미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관세폭탄 대상 국가는 일본(37.5%), 유럽(9.4%), 한국(8.0%) 등으로 좁혀진다. 미국은 지지부진한 유럽과 일본의 무역협상에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고율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타결로 미국의 핵심 타깃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FTA 개정 당시 △국내 환경·안전 기준 개선 △미국내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등 미국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용했다는 것이다.

정부 기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멕시코, 캐나다와 비슷하게 미국이 일정 물량의 수입 쿼터를 보장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미국이 1안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글로벌 무역전쟁, 정치·외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한국이 관세폭탄 대상국가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中 견제 위해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 관세부과 가능성

전문가들은 1안보다는 오히려 두번째 안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안은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전기차·공유차 관련 기술이 적용된 부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2안은 중국을 타깃한 방안이다. 중국의 완성차 수출 비중은 미미하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은 14.9%에 달한다.

미국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미래차 기술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중국이 내연자동차보다는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자동차 센서 기술등 미래차 분야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 해외서 수입중인 미래차 부품에 대한 관세폭탄 명분으로 ‘안보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적용되는 각종 기술이 결과적으로 국방기술로 이어지는 만큼 중국 등 잠재적 적대국가들이 이 시장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안보위협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중국과 통상갈등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타깃은 오히려 자율차 기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겉으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미래차 기술을 견제하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2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래차 기술 관련 제품이나 부품에 관세폭탄을 떨어트릴 경우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차질이 불가피한 탓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기술 범위가 워낙 방대한데다 미래차에 중점적으로 기술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장벽이 생길 경우 사업재편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미래차 기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이기는 하다”면서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해당 보고서를 오는 17일까지 제출하고, 보고서 내용은 다음달께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3달 내에 최종 조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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