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갤러리]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김준권 '춤추는 산-1'

오현주 기자I 2022.07.15 03:30:00

2021년 작
민족 산하를 최소한 먹·색으로 풀어내
여러 장 목판 겹친 판화를 한 붓처럼
진하고 흐린 여운만으로 엄숙한 풍광

김준권 ‘춤추는 산-1’(사진=아트스페이스선)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굳이 한계령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우리 산이란 더도 덜도 아닌 딱 이 정도, 이 크기, 이 거리니까. 작가 김준권(66)이 제대로 꿰뚫어낸 거다.

작가는 민족의 산하를 최소한의 먹과 색으로 풀어낸다. 방식이자 도구는 목판. 여러 장의 목판을 겹쳐 판화로 찍으면서도 마치 한 붓으로 그린 듯한 거대한 산세를 눈앞에 들이대는데. 진하고 흐린 여운만으로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풍광을 펼쳐내는 거다.

1980년대 민중미술부터 현대적 산수까지 진화를 거듭해오는 동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판문점 평화의집에 건 ‘산운’이 화제가 됐더랬다. 백두대간을 목판에 새기고 찍어낸 그 ‘산운’을 배경으로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썼다.

‘산운’이 먹의 농담으로 멀리 내친 원경이라면 ‘춤추는 산-1’(2021)은 색의 농담으로 좀더 가까이 당긴 근경쯤 될 터.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고 할 참이다.

24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아트스페이스선서 여는 ‘홍대 75전’에서 볼 수 있다. 홍익대 미대 75학번의 동기전이다. 작가 27명이 회화·조각·설치작품 등 29점을 걸고 횟수로는 5번째, 햇수로는 4년 만에 다시 열었다. 채묵목판. 60×60㎝. 아트스페이스선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