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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둥근입꿩의비름 속에서 희망을 찾다

이지현 기자I 2012.03.14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4일자 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이혜빈(16·가명)양은 지난해 11월 청주소년원에 입소했다. 같은반 급우를 때린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여겼다.

▲ 멸종위기 2급 둥근잎꿩의비름
얼마 전 ‘둥근잎꿩의비름’ 화분을 맡게 된 이양은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시들었던 화분에 손길을 대자, ‘둥근잎꿩의비름’은 어느날부터인가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둥근잎꿩의비름’에 머물던 생기는 어느덧 이양에게 옮아갔다. 이양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디선가 희망이 조금씩 싹트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양이 ‘둥근잎꿩의비름’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환경부와 법무부가 손잡고 출범시킨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사업에서 비롯됐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국내 자생식물을 복원하는데 소년원생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제의했다.

법무부는 즉각 호응했다. 소년원생의 정서 안정과 사회 복귀 이후 진로 모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환경부 역시 자연훼손 지역을 복원할 때 자생식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 13일 오후 충북 청주 소년원생들이 자생식물을 식재하고 있다.
박여원 도시원예연구소·치료센터 대표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일부 청소년은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며 “식물을 기르며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내면 자아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대검의 ‘2011 청소년 범죄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6년 2만5946건에 불과했던 소년범죄는 2007년 3만7910건, 2008년 4만1754건으로 늘더니 2010년 8만9776건으로 급증했다.

가정과 학교상호간의 단절에서 비롯된 무관심과 무책임이 범죄행위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범죄자들이 갈수록 연소화하는 경향은 가정의 교육 기능 저하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년원생 60% 이상이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제 구실을 못하는 가정 출신으로 분류된다”며 “소년원에서 출소하더라도 사회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전국 10개 소년원에서 실용영어와 컴퓨터, 헤어, 피부미용 등 직업능력 개발훈련은 물론 교과교육, 인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서함양 분야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는 둥근잎꿩의비름, 단양쑥부쟁이 등 9종의 한국 고유의 자생 식물 2만그루를 기를 수 있도록 청주소년원에 지원했다. 아울러 영월교도소에 깽깽이풀 등 17종의 자생 식물 1만 포기를 나눠줄 예정이다. 순천교도소에도 한라부추 등 6000 포기를 나눠줄 예정이다.

김승희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자생식물 복원 파트너십’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면 사회적기업 창업까지 연계할 계획”이라며 “소년원을 벗어난 청소년들의 사회 진출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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