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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쌍끌이 수상 숨은 공로…글로벌 스튜디오 존재감 입증[칸리포트]

김보영 기자I 2022.05.30 00:02:00
(위에서부터)칸 영화제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이 머무는 프랑스 칸 현지 마제스틱 배리에 호텔과 크루아제트 거리의 고급상점 등 눈에 띄는 곳에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과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옥외광고가 걸려 있는 모습. (사진=김보영 기자)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박미애기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CJ ENM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박찬욱), ‘브로커’가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는 데 숨은 공로자다.

올해 이 부회장은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CJ ENM에서 투자배급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제작 총괄자) 자격으로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칸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공식 상영회에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탰다. 3년 전에는 10년 만의 방문이었음에도 공식 상영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K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CJ그룹은 1995년 드림웍스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문화사업을 시작해, 25년 넘게 한국 문화산업의 첨병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 중심에 키맨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이 있었다. 특히 영화 투자 배급 상영 등의 사업으로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에 이 부회장과 CJ그룹이 함께했다.

2020년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작품성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믿는 이는 적어도 영화계에서는 없다. ‘기생충’은 시상식을 앞두고 6개월여 간 캠페인을 벌이면서 북미에서 ‘봉하이브’ 열풍의 주역이 됐는데,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CJ ENM의 자본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CJ ENM의 통 큰 지원은 영화제에도 이어져왔다. CJ ENM은 지금까지 ‘달콤한 인생’(2005년 비경쟁), ‘밀양’(2007년 경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박쥐’(2009년 경쟁),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표적’(2014년 비경쟁), ‘아가씨’(2016년 경쟁),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년 비경쟁), ‘공작’(2018년 비경쟁), ‘기생충’(2019년)에 이어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까지 총 12편의 작품을 칸국제영화제에 진출시켰다. 이는 국내 투자 배급사들 중 가장 많은 실적이다. 여기에 올해 국내 최초로 단일 배급사에서 동일 연도 2개의 경쟁 부문 진출작을 배출했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옥외광고는 이번 영화제 내내 주요 참석 인사들이 머무르는 마제스틱 배리에 호텔과 크루아제트 거리의 고급상점 등 눈에 띄는 곳들에 걸렸다. 옥외광고는 위치·크기·기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칸을 찾은 한 국내 영화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00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작품인 데다 위치를 고려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였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판권을 구매하는 칸 필름 마켓에서도 CJ ENM의 세계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쟁작 중 하나인 ‘브로커’는 ‘기생충’을 배급했던 북미의 네온, 프랑스의 메트로폴리탄, 일본의 가가 등 171개국에 선판매됐고, ‘헤어질 결심’은 이보다 많은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세계 시장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스튜디오의 존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뛰어난 창작자와 협업을 용이하게 하고, 젊고 능력있는 창작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지원해 좋은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며 “이번 칸에서의 성과를 CJ ENM 등 대기업의 자본 및 영향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헤어질 결심’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에 참석해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 등과 영화를 함께 관람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사진=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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